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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일자리 찾기 전쟁 '청년·여성 통합 취업박람회'

▲ 23일 대구엑스코에서 열린
▲ 23일 대구엑스코에서 열린 '2008 대구경북 청년, 여성 통합 취업박람회'에서 여성 구직자들이 취업상담을 하고 있다.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23일 오후 대구 북구 산격동 대구전시컨벤션센터 1층에서 열린 '2008 대구경북 청년 여성 통합 취업 박람회'.

강은정(가명·29·여)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나왔다고 했다. 모 유통업체 계약직 사원으로 일하던 김씨는 지난해 4월 회사를 그만둔 후 1년 6개월째 '백조'로 지내고 있다. 그동안 100곳 가깝게 면접을 봤지만 '지방대학 출신'이라거나 '결혼할 나이가 다 됐다'는 이유로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김씨는 "오늘은 꼭 내 일자리를 잡고 싶다"며 밤새 써왔다는 7장의 희망 업체 지원서를 내보였다.

대구시·경북도와 대구노동청이 주최한 이 행사는 대구에서 올 들어 열린 박람회 중 최대규모. 하루동안 1만여명이 넘는 청년·여성 구직자들이 다녀가는 등 구직 열기로 넘쳐났고 대구경북 100여개 서비스·제조·금융·유통 업체 등이 마련한 부스별로 긴 면접 행렬이 이어졌다.

특히 20대 미취업 여성 대졸자부터 50대 주부에 이르는 여성 구직자들은 30여개 여성 인력 전문 채용 부스에 한꺼번에 몰려 심각한 구직난을 반영했다. 여성들은 취업요강에 메모까지 해가며 기업 채용담당자의 설명에 주의를 집중했다. 3, 4개 업체 지원서를 손에 쥐고 현장에서 증명사진을 붙이는 이들이 많았고 유모차를 끌고 나온 주부들도 눈에 띄였다. 박람회 한 관계자는 "해마다 취업 박람회 때면 여성 구직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은행 등 금융계를 가장 선호하지만 합격자는 손에 꼽을 만하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박람회장을 찾은 여성들은 남성에 뒤지지 않는 뛰어난 학교 성적과 외국어성적 등을 갖고도 일자리 시장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신 경험자들이 대다수였다.

자기소개서를 쓰고 있던 취업준비생 김미진(27·여)씨는 "큰 희망을 갖고 온 것은 아니지만…."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지난달 한 회사에서 면접을 보면서 면접관들에게 받은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았다고 했다. "'면접관이 여자는 서류전형에서 많이 떨어뜨리는데,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경험으로 알라'고 하더군요." 김씨는 "면접관들이 '시집가면 회사 생활을 어떻게 할 거냐'고 묻길래 마음 같아선 '취직을 해야 돈도 모으고 시집도 갈 거 아니냐' 따지고 싶었다"고 했다.

생계를 위해 일터로 돌아온 주부 구직자들은 더욱 힘겨워보였다. 10년 전 대학 국문학과를 졸업한 주부 이모(33)씨는 사무직 일자리를 구했으면 좋겠다며 각 부스를 꼼꼼히 훑었다. 이씨는 "4년 전 결혼하면서 직장을 그만둔 게 요즘처럼 후회될 수 없다"며 "아이 교육비라도 벌어볼까 하고 나왔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리저리 부스를 돌아다니다 결국 집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다는 '홈 스쿨 창업 부스'에서 설명을 듣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날 참가자 1만여명 중 700여명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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