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해서 못 살겠다. 이쯤 되면 공장전체에 스위치를 내리는(조업중단) 한이 있더라도 총체적인 안점점검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23일 현대제철 포항공장에서 불길과 연기가 치솟아 오르고 소방차의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퍼지자 이를 지켜본 일부 시민들과 인근 업체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또 현대제철이냐"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워낙 사고가 잦았던 때문에 '사고뭉치'로 낙인찍힌 이 공장에 대한 냉소와 비난의 눈길이다.
그도 그럴 것이 포항노동지청이 관할하는 포항·경주·영덕·울진·울릉 등 경북 동해안 5개 시군에서 올 들어 현재까지 발생한 중대재해(근로자 사망사고)로 목숨을 잃은 근로자 33명 가운데 이 회사 안에서만 3명의 희생자가 났다.
단일 사업장으로 가장 많다. 그래서 노동부가 산재사고 다발사업장으로 분류해 중점관리하고 있을 정도이다. 그런데 이날 또 도시가스 누출로 인한 화재사고를 낸 것.
현대제철은 지난 7월 26일 수십 만명의 외지 관광객들이 모인 가운데 포항국제불빛축제를 개막하던 날에도 행사장 인근 거리에서 지붕붕괴 사고를 내 포항의 이미지에 먹칠을 했고, 지난 6월 10일에는 노동부와 검찰이 합동으로 안전점검을 나와 있던 날 직원 1명이 추락사고로 숨지는 사고를 내기도 했다.
이 같은 잇따른 사고에도 현대제철은 "우리 직원 피해는 1명에 불과하고 다른 사고는 외주 용역업체가 낸 것"이라며 발뺌에만 급급해 비난을 사고 있다.
이날 화재 당시 현장에 나왔던 한 노조간부는 "우리 회사와 용역업체 가릴 것 없이 우리 공장 안에서 사고가 너무 많다는 것이 문제"라고 했고, 다른 한 간부사원도 "근로자 안전을 위해서라도 회사 측의 총체적 점검과 반성이 절실하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시민들과 일부 노동자들은 또 "도시가스나 대형 용광로 등 폭발이나 화재사고의 우려가 큰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많은 시민들의 안전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어 노동부와 포항시·소방서 등의 감시감독이 소홀하지는 않았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을 쏟아내고 있다.
더욱이 이 회사는 이날 낮 화재사고를 내 놓고도 사전에 예정됐다는 이유로 2공장에서 오후 4시에 별도의 소방훈련을 실시해 훈련효과마저 의심하도록 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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