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대부 자손일세." "아니 뭐라고. 사대부? 그럼 나는 '팔대부' 자손일세."
"뭐가 어째? 우리 할아버지는 문하시중을 지냈거든." "아, 문하시중. 그까지꺼. 우리 조상은 '문상시대'인 걸."
"나는 사서삼경을 다 읽었다네." "사서삼경? 뭐 그런거 가지고. 어흠 나는 '팔서육경'을 벌써 다 읽었네."
양반탈과 선비탈이 허울뿐인 지체 자랑을 한다. 중요무형문화재 69호 하회별신굿탈놀이 중 양반 선비마당이다. 초랭이와 할미, 부네탈이 허풍쟁이 양반 선비를 신랄하게 꼬집는다.
올해로 열두번째 막이 오르는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이 26일 개막돼 10월 5일까지 열린다.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은 6년 연속 문화관광부 선정 최우수축제의 명성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탈춤 분야만큼은 한국을 대표하는 축제다. '가장 한국적인 곳'이라는 하회마을 등 안동시내 곳곳에는 축제를 알리는 깃발과 각종 탈이 장식돼 있다.
탈을 쓰고 얼굴을 가린다는 것은 염치와 예의에 묻혀 있는 인간 내면의 본능적 신명을 끄집어 내 보자는 것. 그래서 올 축제의 콘셉트를 신명에 충실하자는 것으로 정했다.
주최 측은 이를 위해 축제장을 찾는 모든 사람들에게 탈 쓰기를 권한다. 설빔을 입듯이 축제에 맞는 축제 옷 입기 운동을 벌여 누가 공연자고 누가 관람객인지 도무지 헷갈리게 할 작정이다.
러시아를 비롯해 지구촌 7개국 9개 팀이 안동 축제장을 찾는다. 모두 14개 외국 민속공연단이 공연신청을 했다가 심사에서 탈락할 정도로 이번 축제엔 외국 공연팀을 엄선했다.
매년 100만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다녀가는 이 축제에는 하회탈춤을 비롯한 봉산탈춤, 수영야류, 은율탈춤, 가산오광대, 양주별산대, 송파산대놀이, 강령탈춤, 통영오광대 등 한국의 전통탈춤 15가지가 열흘간에 걸쳐 차례로 공연된다. 우리 탈춤을 한곳에서 다 볼 수 있는 곳으로는 유일하다.
'굿모닝 허도령(첫 공연 27일 오후 9시 탈춤공연장)'은 최고의 볼거리. 하회탈을 깎은 고려 총각 허도령을 짝사랑한 이웃 처녀의 슬픈 사랑을 무대에 올린다. 200∼300명의 남녀가 연출하는 차전놀이(10월 3일 오후 3시 놀이마당)도 장관을 연출한다.
또 우리나라 전통 불꽃놀이로는 유일하게 전승되고 있는 선유줄불놀이가 하회마을에서 두 차례(27일과 10월 4일)에 걸쳐 시연, 깊어가는 가을밤을 화려한 불꽃으로 수놓는다. '축제 왔으면 내 것 하나 만들어야지' 등 50여 가지의 만들기 체험부스와 총 상금 4천400만원이 걸린 월드마스크 경연대회도 흥겨움이 넘치는 열광의 도가니가 될 것으로 보인다. 054)840-6061.
안동·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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