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5일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 오페라 60주년을 맞아 세계적인 수준의 무대를 선보인다는 축제에 따라 이탈리아 성악가들이 속속 대구를 찾고 있다. 개막작인 '토스카' 주역인 소프라노 거장 프란체스카 파타네 역시 대구에 도착, 매일 저녁 오페라 하우스를 찾아 연습에 열중이다. 세계적인 성악가 호세 쿠라와 플라시도 도밍고, 안드레아 보첼리 등과 함께 무대에 서며 이탈리아 대표 소프라노로 활동하고 있는 그녀를 만났다.
지난 24일 호텔 노보텔 로비에서 만난 그녀는 취재진을 향해 함박웃음을 보이며 인터뷰 내내 겸손과 미소를 잃지 않았다. 전직 모델 출신인 그녀는 빼어난 외모 외에도 음악에 대한 사랑, 한국 오페라에 대한 애정을 열정적으로 풀어냈다.
Q· 한국 공연이 처음이라고 들었다. 대구에 대한 이미지가 어떤가?
A· 굉장히 덥고 습하다.(웃음) 대구는 대도시 규모에 걸맞은 야경을 가지고 있다. 홍콩과 일본에서 공연을 했는데 아시아 도시의 모습이 모두 비슷한 것 같다.
Q· 이탈리아에서 한국 성악가와 함께 무대에 선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한국 성악가와 호흡은 어떤가?
A· 한양대학교 음대 교수인 고성현과 이탈리아 라 스칼라극장 주역인 이정원, 바리톤 김동규, 홍성훈과 함께 공연을 한 적 있다. 모두 다 뛰어난 성악가라고 생각한다. 특히 홍성훈의 경우 이탈리아 출신 성악가라고 해도 믿을 만큼 훌륭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 한국인들이 중국과 일본보다는 목소리가 좋은 편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다.(웃음)
Q· 성악가인 어머니와 지휘자인 아버지 밑에서 성장했다. 부모의 영향도 있겠지만 자신만의 발성 노하우가 있는지 궁금하다. 타고난 재능 외의 것을 설명해 달라.
A· 발칸토 창법은 극적인 표현이나 낭만적인 서정보다는 아름다운 소리 부드러운 가락에 치중하는 창법이다. 당연히 가슴으로 나오는 느낌을 바탕으로 노래 부른다. 또한 무대에 선 경험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실력은 다양한 무대에서 쌓은 노하우와 발칸토 창법을 소화해 낸 결과라고 생각한다.
Q· 지난해 오페라에서 '누드' 장면을 선보여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탈리아 소프라노 중에 최초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누드를 선택한 이유가 뭔가?
A·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서였다. 살로메 역 자체가 누드를 해야 했다. 그동안 이탈리아에선 대부분 외국인 성악가들이 그 역을 맡아 했다. 독일 작품이어서 발음이 어려워 꺼리는 측면도 있었다. 열살 때까지 베를린에서 자란 것이 도움이 됐다. 성악가라면 작품을 위해 충분히 할 수 있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Q· 이탈리아 입장에서 보면 한국은 오페라 후발 국가에 해당한다. 비록 적은 예산이지만 대구 역시 국제 오페라 축제를 열고 있다. 며칠간이었지만 대구출신 성악가들과 호흡을 맞췄다. 대구가 오페라 문화 향유와 저변 확대를 위해서 앞으로 해야 할 것이 있다면 조언을 부탁한다.
A· 외국 출신 성악가들에게 배우는 것 역시 중요하다. 하지만 이탈리아에서도 훌륭한 선생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이탈리아 오페라 작품을 음악적 이해와 함께 완성도를 높여줄 수 있는 선생을 만나는 것이 급선무다. 음악 코치의 존재가 굉장히 중요하다. 두 번째는 경험이다. 무대의 경험이 많을수록 오페라를 느끼고 체득하는 것도 달라진다. 또 경험이 풍부해질수록 좋은 선생을 만날 기회 역시 많아진다. 행정적인 부분에 대해선 말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Q· 마지막 질문이다. 올해 나이가 쉰을 바라본다고 들었다. 그런데도 놀라울 정도의 몸매를 가지고 있다. 성악가로서 건강유지 비결을 알라달라.
A· 나 역시 세월을 이길 수 없다. 해마다 신체가 변하는 것을 느낀다. 성악가에겐 몸이 악기다. 악기가 달라지니 그만큼 노력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 파바로티는 한 인터뷰에서 "언제까지 공부했느냐?"는 질문에 "5분 전까지 음악 공부했다"며 끊임없는 자기 계발 의지를 보였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어차피 성대는 변하지 않는다. 다만 오케스트라에 밀리지 않는 단단한 소리 힘을 받쳐주는 배의 근육이 변할 뿐이다. 매일 하루 1시간에서 2시간가량 운동한다. 모델 출신이니 몸매 관리는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웃음)
프란체스코 파타네를 필두로 한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내달 1일부터 39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개막작 '토스카'는 내달 1일부터 4일까지 5일 동안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펼쳐진다. 토스카 역엔 프란체스카 파타네와 김향란, 손현진이 맡아 열연을 펼쳐보이며, 카바라도시엔 이정원, 쑤창, 최덕술이 맡았다. 스카르피아엔 고성현 한명원, 양효용 바리톤이 극적인 무대를 연출할 예정이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 벨칸토 창법=벨칸토는 '아름다운 노래'라는 뜻으로 오케스트라에 밀리지 않는 단단함과 파워를 자랑하는 발성으로 성악가들에게 가장 어려운 창법으로 불린다. 벨칸토 창법은 고도의 예술적인 기법으로 현재 이탈리아오페라나 모차르트의 오페라에서는 가장 이상적인 창법으로 간주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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