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어제 모처럼 정치에 대한 기대감을 살아나게 했다. 청와대에서 단 둘이 두 시간 가까이 머리를 맞댔다는 자체만으로 회담의 진정성을 갖게 했고, 민생'경제에 치중한 7개항 합의는 대화정치의 가능성을 높였다. 양측이 사전 접촉을 통해 의견 조율을 거쳤을 터이지만 두 사람이 예민한 정치적 문제는 뒤로 미루어가며 경제와 남북문제에서 초당적 협력을 약속한 것은 지혜로운 판단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돌아보면 새 정부 출범 후 야당은 정권을 잃은 상실감 속에 무조건 반대로 나간 게 사실이다. 쇠고기 촛불 정국에서는 물론이고 18대 국회마저 등원 거부 같은 의회민주주의를 묵살하는 행태를 보여 국민의 따가운 비판을 자초했다. 아예 새 정권의 발목을 잡기로 작정이나 한 것처럼 비치기까지 했다. 그랬기에 이번 회담에 응하는 민주당의 진정성을 반신반의하는 시선이 적잖았다. 과연 국민을 우선하는 성숙한 야당상을 보여줄 것인가 하는 의문들이었다. 하지만 정 대표는 그런 기우를 보기 좋게 반전시키는 정치적 원숙미를 보여주었다.
지금 국민은 세계 경제의 대혼란 속에서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맞고 있다. 새 정부가 약속한 경제 살리기는 전혀 성과를 내지 못하고, 미국발 경제위기가 우리에게 어떤 위협으로 덮쳐올지 전전긍긍하는 나날이다. 한순간도 긴장을 놓지 못한 채 불안해 하는 게 국민들 심정이다. 이런 판에 정치가 국민의 앞길을 열어주지 못하고 싸움질에만 몰두한다면 여야 모두 죽는 길을 택하는 것이다. 정치도의상으로도 국민에 큰 죄를 짓는 것이다.
이런 때에 여야 영수가 만나 생산적 정치를 다짐하며 민생에 힘을 모으기로 한 것은 평가할 일이다.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국정의 동반자로 여겨 자주 만남을 갖기로 한 것 또한 새로운 여야 관계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한다. 일단은 정치에 대한 희망을 걸게 한 회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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