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정태의 중국이야기] 중국인의 행복한 하루 생활

최근 중국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중국인의 행복한 하루 생활'이란 글이 최고 인기다. 멜라민 분유 사건으로 인해 불거진 중국의 식품안전문제와 관련하여 지금까지 있었던 사건들을 조목조목 모아 패러디한 작품이다.

'아침 일찍 흑심면(黑心綿)으로 만든 이불을 털고 일어난다. 암치약(致癌牙膏)으로 이빨을 닦은 후, 유통기한이 지난 멜라민이 함유된 우유를 마신다. 디젤유에다 세제가 첨가된 반죽을 넣고 튀긴 요타오(油條)를 먹고, 암표상(票販子)으로부터 구매한 기차표로 출근을 한다. 정시에 지하에 있는 가짜담배제조공장에 출근하여, 9시 30분이 되면 몰래 산사이(山塞) 휴대폰을 꺼내어 주식이 6,124.04에서 1,240.46으로 폭락하는 것을 본다. 점심 때는 피임약을 먹여 키운 장어를 하수구기름(地溝油)에다 튀긴 강정식을 먹고, DDT 농약을 뿌린 배추, 진화량(陳化粮)으로 지은 밥을 먹는다. 저녁에는 병사한 비계제거돼지고기로 만든 육포(臘肉)를 모발로 만든 간장에 찍어 먹고, 대변에 넣어 삭인 초우또푸(臭豆腐) 두 개와 포르말린으로 씻은 해파리냉채, 표백제를 첨가한 만두 두 개를 먹는다. 그리고 공업용 알코올로 만든 술 한잔을 마시니 하루 일과가 어찌 상쾌하지 않으리오. 이것이 중국인의 행복한 하루 생활이다.'

한 구절 한 구절에 얽힌 사건의 내막을 들어보자. 흑심면 사건은 불량이불제조 안이다. 쓰레기에서 수거한 병원의료솜, 여성의 생리대 및 일회용 아기 기저귀 등을 넣어 이불을 만들어 팔다 적발된 사건이다. 암치약은 이빨을 백옥같이 만들어준다고 광고하던 유명 치약회사가 표백제를 사용하다가 덜미가 잡힌 사건이다. 우유 관련 사건은 다양하다. 유통기한이 지난 우유를 날짜를 고쳐 판매한 사건, 멜라민 함유 분유의 문제만이 아니라 유아용 분유에 밀가루를 섞어서 먹은 유아들 대부분이 영양실조가 되고, 사망사례까지 발생한 건이 있었다. 요타오 안은 무던한 중국인들을 무척 놀라게 한 사건이었다. 요타오는 중국인들이 매일 아침 콩국을 먹을 때 같이 먹는 음식인데, 만들 때 세제를 첨가하여 디젤유에 튀긴 것이다. 원가가 절감되고, 잘 튀겨진다는 이유였다.

암표상 안은 조직적으로 인원을 동원하여 기차의 붐비는 구간이나 특히 명절 귀향 열차표를 몽땅 구매한 뒤에 비싸게 되파는 범죄이다. 가짜담배의 제조는 보편화된 고질적인 문제이다. 산사이 휴대폰 안은 휴대폰 한 대의 기기번호를 복제하여 수천명에게 저가로 공급하는 대표적인 휴대폰 불법복제사건이다. 통신회사가 요금문제 때문에 번호 하나를 정지시켰는데 수천명의 휴대폰이 불통이 되어버린 사건이다. '9시 30분'은 주식에 매달린 중국인들의 실상과 주식폭락 상황의 심각성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피임약을 먹인 장어 안은 살을 쉽게 찌우고 육질을 좋게 한다는 이유로 장어에게 피임약을 먹여 판 사건이다. 하수구기름 안은 식당에서 쓰고 버린 식용유를 수거하여 정제한 후 싼값에 재공급한 사건이다. DDT농약 안은 이미 수확한 채소에 벌레가 생긴다고 중금속오염 때문에 사용 금지된 DDT농약을 뿌린 사건이다. 진화량은 오래 묵어서 색깔이 누렇게 변한 쌀을 표백제로 처리하여 하얗게 만들어서 유통시킨 사건이다. 비계제거돼지고기 안은 비계가 적은 돼지고기를 생산할 목적으로 돼지에게 화학약품을 먹인 사건이다. 육포 안은 병으로 죽은 돼지고기로 염장육포를 만들다가 적발된 사건이다.

모발로 만든 간장 안은 사람의 머리카락이나 동물의 털로 만든 일명 '모발수'에 소양의 뿔, 동물 뼈, 핏덩이 등을 화학약품으로 처리하여 만든 가짜 간장 제조사건이다. 대변에 넣어 삭인 초우또푸(발효두부) 안은 정말 기상천외한 발상이다. 초우또푸는 두부를 소금에 절여 발효시킨 후 독 속에 넣고 석회로 봉한 후 장시간 발효시킨 냄새 고약한 발효두부이다. 원래 제조기간이 길어 일반두부에 비해 값이 비싼데, 이를 대변에 넣어두면 하루 만에 같은 향기를 내는 두부를 만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희고 큰 만두를 만들려고 표백제를 넣은 사건, 공업용 알코올로 술을 만들어 치사, 실명에 이르게 한 사건을 풍자하고 있다.

말로 다할 수 없는 황당하고 소설 같은 이야기 같지만 중국에서 실제 발생한 사건들이다. 그러나 재미로만 치부할 일은 아니다. 감추어 두었던 이야기를 들추는 중국인들의 의도를 알아야 한다. 무엇일까? 추측하건대, 삶의 질 향상에 대한 요구일 게다. 이제 중국인들도 먹는 문제가 아니라 잘 먹는 문제에 관심을 가지겠다는 의미이다. 만약 그렇다면 조만간 우리의 밥상도 더 이상 싼값의 중국식품을 차릴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이정태(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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