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여름, 인도로 봉사활동을 다녀온 적이 있다.
그 시절 나는 인도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으며, 봉사활동보다는 인도를 여행한다는 것만으로도 설레었던 것 같다.
인도는 보리수나무 아래서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은 나라이며, 길거리에서 수많은 사람이 먹고 자는 나라이자 사람들은 다양한 신을 믿고 있으며, 뱀이 피리소리에 맞춰 춤추는 나라다. 이런저런 이유에서 나는 인도를 마치 영화에 나오는 신비한 나라로 여겼던 것 같다.
처음 도착한 곳은 인도의 수도 델리였다. 델리에서는 대학 교류 등으로 인해 정신 없는 나날이 계속되어 인도의 신비함을 실감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델리에서 다음 도시로 이동하는 하이웨이에서 인도의 신비함을 목격하게 됐다. 바로 달(Moon)덕분에.
내가 목격한 인도의 달은 대보름날 한국에서 볼 수 있는 달의 무려 10배 크기로 길게 뻗은 고속도로를 따라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그 느낌은 마치 인도 달의 신 찬드라가 인도 방문을 축복하며 밤하늘을 가득 채운듯한 것이었다. 그 달은 그전에는 본적이 없는 환상적인 세계에서나 볼 법한 것이었기에 함께 간 동료들을 깨우기 시작했다. 계속되는 여행으로 피곤에 지친 동료들은 부시시한 모습으로 일어나 차창 밖으로 고개를 돌렸고 그 순간 모두에게서 탄성이 쏟아졌다. 그리고 우리는 누구라 할 것 없이 소원을 빌기 시작했다. 그때 우리가 빌었던 소원이 모두 이루어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유난히 밝고 큰 달은 우리의 가슴 속에 깊이 새겨졌으며 인도 여행 중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줬다.
김혜주(대구 달서구 상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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