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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표 과자는 걱정 없죠" 집에서 만들기 늘어나

▲ 멜라민 파동으로 과자에 대한 경계심이 높은 가운데 직접 과자를 만들어 먹이려는 주부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멜라민 파동으로 과자에 대한 경계심이 높은 가운데 직접 과자를 만들어 먹이려는 주부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내 아이가 먹을 거라고 생각하면 저절로 배우게 된다"는 '홈쿠킹 맘' 이정은씨가 아이들에게 먹일 과자 반죽을 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내 아이 과자는 내가 만들어 먹인다."

멜라민 '공포'가 확산되면서 아이들 과자에 '경계령'이 떨어졌다. 중국발(發) 먹을거리 불신에 가정에서 직접 과자를 만들어 먹이겠다며 '홈쿠킹'에 뛰어드는 주부들이 늘고 있다. 또 자녀가 혼자서 과자나 불량식품을 사먹지 못하도록 군것질할 용돈을 주지 않는 모습도 흔해지는 등 가정의 식생활 전반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8세 딸을 두고 있는 주부 김혜영(36·대구 동구 신암동)씨는 "평소 아이가 즐겨 먹던 과자가 미덥지 않아 요즘 과자 만드는 법을 배우는 데 시간을 많이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여성인력개발센터의 '홈베이킹' 과정은 최근 들어 일찌감치 정원 15명을 다 채웠다. 두 달 과정의 강좌가 정원을 채우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센터 관계자는 "평소 10명 안팎의 주부들이 수강했는데, 멜라민 과자로 불안감이 커지면서 갑자기 수강생이 늘어 대기자까지 줄을 서 있는 형편"이라고 했다.

각종 문화센터의 홈쿠킹, 홈베이킹 강좌에도 주부들의 '러시'가 눈에 띄고 있다. 다음달 개설 강좌에 대한 문의가 폭주하고 있는 가운데 정원이 차기 전에 수강 등록하려는 발길이 분주하다.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홈베이킹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요리연구가 이정아(36·여)씨는 "트랜스지방에 대한 경계로 불붙은 홈쿠킹 분위기가 이번 멜라민 과자를 계기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며 "과자의 원재료부터 의심하고 보는 주부들도 적잖다"고 말했다.

'홈쿠킹 맘(mom)' 이정은(38·대구 북구 침산동)씨는 이번 중국산 멜라민 파동에도 걱정이 없다. 7년 전부터 아이들에게 '엄마표 과자'를 만들어 먹여왔기 때문. 이씨는 "시중에서 파는 과자는 불안한데다 값이 비싸 직접 과자를 만들고 있다"며 "비용이 적게 들 뿐만 아니라 엄마가 만들어주는 과자여서 아이들도 좋아한다"고 했다.

이씨가 과자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한번에 1만원 정도. 성인 손바닥 크기의 쿠키 30개를 만드는 데 밀가루 1kg(1천500원), 버터 500g(5천원), 땅콩, 호두, 계란, 설탕(2천원 남짓)이 재료로 들어간다. 온 식구가 이틀간 간식으로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시중에서 같은 양의 쿠기를 사려면 1만5천원 이상 줘야 한다.

유명 기업 과자에 대한 불신은 학교 근처 슈퍼, 노점 등에서 파는 원산지 불명의 과자나 음식물에 된서리를 안기고 있다. 주부 송모(34)씨는 "아이들이 학교 갈 때 군것질하라고 1천원씩 주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밖에서 사 먹는 것 자체를 못하게 한다"며 "대기업 과자도 못 믿는 형편이니 불량식품은 이번에 아예 뿌리가 뽑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직장인 최모(35)씨는 "퇴근길에 아이들이 먹을 과자를 자주 사들고 갔는데 이제는 제조지뿐만 아니라 재료 원산지까지 살펴본 뒤 국내산이라야 사게 된다"며 "일반인들이 믿고 사먹을 수 있도록 식품안전 전반에 대한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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