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터뷰]기획재정부 정은보 국제금융 정책관

"경제를 잘 돌게하려면 결국 사람을 끌어 들여야"

"사람들이 모여들도록 해야 경제가 돌아갑니다."

기획재정부의 정은보(47) 국제금융 정책관은 "대구에서 섬유산업이나 서비스산업이 발전하지 못하는 것도, 경북에서 농업이 잘 안 되는 것도 모두 사람들이 떠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포항이나 구미 정도에서 경제가 활기를 띨 뿐이지, 다른 곳은 모두 침체돼 있어 사람들이 떠나고 경제상황은 더욱 어려워지는 등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발길을 되돌릴 수 있을까?

정 정책관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하는데, 그 첩경은 주력산업인 섬유산업을 중흥시키는 한편 제조업이나 서비스업 중에서 새로운 업종이나 기업들을 지역으로 유치하는 것"이라고 했다.

섬유의 경우 가격 경쟁력에서 중국 등에 밀리고 있는 만큼 디자인산업으로 전환,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결국 디자인분야에 재능있는 사람들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며 그러한 분야의 인재를 키울 수 있는 특화된 교육기관을 설립하는 게 시급하다는 것이다. "디자인 공부라면 대구를 떠올릴 수 있도록 도시의 이미지를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

기업유치 전략도 마찬가지. 입지나 세제에서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산·학 간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인력을 원활하게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 정책관은 금융산업 문제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진단을 내린다. 지방에서 금융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지역에서 금융산업을 키우겠다는 생각이라면 잘못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지역에서의 금융업은 기업활동을 뒷받침하는 수준에서 그쳐야지, 금융업을 주력산업으로 육성한다는 것은 어렵다는 것. 미국 뉴욕이나 일본 도쿄 등 어느 나라든지 1극(極)주의에 따라 금융산업은 한 곳에 집중돼 있다. 그 이유는 지역별로 분산·육성시키기 어려운 특성 때문이란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통폐합 문제도 짚어봤다. 대구와 부산 간의 지역갈등으로 치달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음에도 정부가 통폐합을 강행하려는 배경이 궁금했으나 답변은 간단했다. "시장원리에 따르기 위해서"란다. 이들 기관이 기업대출을 정책금융 차원보다는 시장원리에 따라 운영토록 함으로써 대출부실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시켜 나가기 위한 과정으로 봤다.

정 정책관 역시 시장경제주의에 대한 확고한 소신을 갖고 있다. 모든 경제정책은 시장경제 원칙을 지켜나가야 한다는 것. 정부 정책 중에는 이를 지키지 않아 실패한 사례들이 적지 않지만, 특히 지난 1989년 증권시장 부양조치를 꼽았다. 주식시장을 부양시키기 위해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하고, 3개 투자신탁회사에 대해 주식을 대량 매입하도록 했으나 이 때문에 이들 회사가 부실화돼버렸다는 것.

미국의 금융사태는 시장이 실패한 사례로 봐야 하지 않을까? 이러한 물음에 그는 "시장 실패와는 다른 얘기"라고 일축했다. 정부가 금융시장의 건전성 감독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초래된 것으로, 시장을 너무 자유방임 상태로 놔둔 데 따른 결과"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투자자 보호 등 건전성 규제는 "시장을 유지해 나가기 위한 원칙에 입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송 출신으로 지난 1984년 행정고시(28회) 재경직 수석으로 합격한 뒤 재정경제원, 기획재정부 등에서 금융, 기획, 예산정책 등 핵심 부서를 거쳤다.

그는 2002년에는 경제자유구역법안의 담당과장으로 있으면서 노동계 등의 거센 반발이 있었지만 해당 국회상임위원들을 설득, 경제자유구역법안을 입법해 "차세대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한 초석을 마련한 것을 큰 보람으로 여기고 있다"고 했다.

청송에서 초등학교 1학년 때 가족들과 함께 상경, 중·고교와 대학(서울대 경영학과)을 모두 서울에서 마친데다 중앙부처에서 근무하고 있어 지역과는 별 연관이 없을 것 같다고 했더니 "고향을 어떻게 잊을 수 있느냐"고 반문한 뒤 "해마다 한두 번씩은 성묘 등으로 고향을 꼭 찾고 지역소식도 듣고 있다"고 했다.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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