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병휘의 교열 斷想] '밖에' 남용

우리말은 다른 외국어와 달리 표현이 무척이나 다양하다. 노란색의 경우만 해도 '노랗다, 노르다, 노르께하다, 노르끄레하다, 노르무레하다, 노르스름하다, 노릇하다, 노리끼리하다…' 등으로 수없이 많다. 이같이 다양한 우리말의 표현을 우리는 적극 활용해야 한다.

비싼 통행료 논란을 빚어온 신대구부산고속도로 통행료가 10월 중순쯤 소비자 물가 인상분만큼 오를 것이라고 한다.

"당초 정부는 (중략)업계와 맺은 실시협약을 감안하면 내년에 인상폭이 커질 수밖에 없어 다음주쯤 인상 시기와 인상폭을 결정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와 민자도로 간 실시협약에 따라 매년 물가 인상분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며 서민들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앞의 인용 기사 중에서 '인상폭이 커질 수밖에 없어'를 '인상폭 확대는 불가피해', '인상분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며'를 '인상분 반영은 불가피하며'로 한곳이라도 표현을 바꿔 '수밖에'의 중복을 피했으면 어땠을까.

'밖에'는 주로 체언 뒤에 붙어 '그것 말고는' '그것 이외에는'라는 뜻을 나타내는 助詞(조사)이다. '밖에'는 반드시 부정을 나타내는 말이 따라와 "공부밖에 모르는 학생" "나를 알아주는 학생은 너밖에 없다" 등으로 '오직 그것뿐'일 때 쓰인다.

"수요자 구미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려면 수도권 업체들과 연계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중략)대구시내에서 항공권 발권을 할 수 있는 20~30개 여행사는 수익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중략)대구여행업계는 상품개발 및 서비스 경쟁보다는 '인맥싸움'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중략)결국 해외여행에서 지나친 쇼핑가게 방문 등 여행의 질 저하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이 기사 속에는 '수밖에'란 표현이 4번씩 나온다. 인용 글 중에서 '수익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수익 감소가 불가피하다', '집중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는 '집중하는 실정이다'로 교정을 하면서 '수밖에'의 반복을 피했다.

표현의 중복 외에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 아니하면 안 된다."와 같은 글도 가급적 피했으면 좋겠다. 이 같은 글도 부정에 부정으로 하고픈 말을 에둘러 강조하고자 하지만 너무 꼬아버려 읽는 이로 하여금 내용을 이해하는 데 혼란스럽게 할 뿐이다.

앞서의 두 인용 글에서와 같이 부정을 수반하는 '밖에'란 표현을 이제는 가급적 자제하고 '불가피하다' '실정이다' '그것뿐이다' 등 문맥에 맞게 바꿔서 써보자. '밖에'를 꼭 써야할 때는 '하나 밖에' '수 밖에'가 아닌 '하나밖에' '수밖에' 등으로 꼭 붙여 쓰자.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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