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저를 혹사 시키지 마세요" 10월 1일은 '간의 날'

▲간 질환은 예방 접종과 정기적인 검사, 금·절주 등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한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간 질환은 예방 접종과 정기적인 검사, 금·절주 등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한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당신의 간, 안전하십니까."

현대인은 누구나 간에 대한 걱정과 부담을 안고 살아간다. 불규칙하고 잘못된 생활 습관과 음주, 스트레스 등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염려에 비해 실제 관리하거나 조심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걱정만 할 뿐 '뭐, 괜찮겠지' 하며 그냥 멋대로 살기 일쑤다. 그러나 간은 방치해선 안 되는 장기다. '앓는 소리'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때 늦은 후회를 하기 쉽다. 10월 1일, 간의 날을 맞아 '간'의 얘기를 들어본다.

◆저는 엄살을 피우지 않습니다

저는 간입니다. 오른쪽 위 복부에 있습니다. 천장에 매달린 형광등처럼 굵은 인대에 의지해 횡경막이라는 넓은 근육에 매달려 있지요. 저의 무게는 보통 정상인 체중의 0.02%, 약 1.2~1.5㎏ 정도 됩니다. 뱃속 단일 장기 중에선 가장 큽니다. 갈비뼈의 철통 같은 보호를 받고 있지요. 저는 덩치만큼이나 하는 일도 많습니다. 그것도 아주 중요한 역할이지요. 체내로 흡수된 여러 영양분을 이용 가능한 물질로 전환시키는 대사작용을 비롯해 죽은 적혈구 등을 체외로 배출하는 배설작용, 해독작용, 체내 혈류량을 조절하는 거대한 저수지 역할도 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꾸 망각과 착각을 합니다. 제가 전지전능한 줄 압니다. 물론 저는 인체 장기 중에서 유일하게 스스로 재생할 수 있는 기관이긴 합니다. 그러나 제게도 한계가 있습니다. 주인님은 이를 생각지도 않고 술, 과로, 스트레스, 음식 등으로 너무 혹사시킵니다. 그럴 때면 참 답답합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래도 저는 묵묵히, 우직하게 제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저의 별명이 '침묵의 장기' 입니다. 조금 아프다고 엄살을 피우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저는 상당한 손상을 받은 뒤에야 증상이 나타납니다. 그러나 그땐 너무 늦습니다.

◆저를 한번 확인해 주세요

저에게 일단 이상이 생기면 문제는 심각해집니다. 그래서 정기적인 검사가 필요하고 '좀 이상하다' 싶을 땐 바로 이상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저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은 전신 쇠약감과 막연한 피로입니다. 특히 급성 간 질환에서 비교적 흔히 나타나는데 심한 피로감과 함께 소화불량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화가 되지 않는다고 느끼거나 구역질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자칫 저의 이웃인 '위' 질환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적잖습니다. 소변 색깔이 붉고 진할 경우 급·만성 간 질환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고, 간 질환이 더욱 진행될 경우엔 체중 감소, 오른쪽 상복부 통증, 출혈, 부종, 혈변과 토혈, 성욕 감퇴, 성기능 이상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래도 이는 다행입니다. 만성 간 질환 환자 대다수는 저의 기능에 이상이 생겼는데도 증상을 느끼지 못해 그냥 지나치다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만성 간 질환의 경우 병이 진행되더라도 증상으로 잘 알 수 없기 때문에 간염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거나 술로 인한 간 질환이 의심될 땐 정기적인 검사를 받는 게 좋습니다.

◆이렇게 해 주세요

사람들은 저를 보호한다며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이런 약, 저런 음식을 너무 함부로 먹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 자칫 저를 더욱 괴롭히고 다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합니다. 공부에 왕도가 없듯이 저의 기능을 단번에 회복시키는 음식이나 생활은 없습니다. 대부분 외부 바이러스나 생활 습관 때문에 질환이 생기기 때문에 예방과 생활 습관 개선이 최선책입니다. 바이러스 간 질환 경우 예방 접종, 알코올성 간 질환은 금주, 비만 및 당뇨, 고지혈증과 동반되는 비알코올성 간 질환은 인슐린 저항성 개선 및 식이요법을 통한 비만 조절 등이 중요합니다. 음식 섭취에도 주의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솔직히 간 질환 환자는 되도록 덜 챙겨 먹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의 보신 음식이나 민간에서 간에 좋다고 알려진 약초나 진액 등이 오히려 간 기능을 나쁘게 하는 경우도 적잖기 때문입니다. 또 인진쑥, 신선초즙, 헛개나무, 성분이 밝혀지지 않은 생약제 등도 조심하시는 게 좋습니다. 그냥 정기적인 검사와 지속적인 관리, 약물 치료 등과 함께 균형 있는 식사를 해 주시는 게 가장 효과적입니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고르게 섭취하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됩니다. 운동도 간경변이 진행된 경우를 제외하곤 일반인처럼 하는 것은 괜찮지만 과도한 운동이나 심한 스트레스는 피하는 게 좋습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도움말·황재석 계명대 동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윤영호 속시원내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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