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여성의 권력

나는 체력이 강한 편이다. 몇 년 전만 해도 큰 사업을 진행할 때는 며칠 동안 잠을 거의 자지 않아도 피곤한 줄을 모르고 일을 했다. 나이가 들면서 체력이 점점 약해지고 있지만 이른 새벽까지 야근을 해도, 며칠씩 강행군을 해도 조금 피곤할 뿐 불편한 경우가 거의 없다. 나는 강한 체력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야근을 하고 나서 제시간에 출근을 하지 못하거나, 조금이라도 무리를 하면 몸살을 앓는 사람을 보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여성주의자라고 자처하면서 그동안 다른 사람들의 체력의 한계와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았으며, 차이를 차별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의 체력이 권력이라고 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았지만 무의식적으로는 권력을 행사했던 것이다.

권력을 가진다는 것은 누구나 원하고 부러워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성들에게 있어 권력은 긍정적인 의미보다는 정치인들의 알력싸움, 남성들이 여성을 지배하는 통제력으로 먼저 다가온다. 남성들이 권력을 가지면 주위의 자원들이 더 확장되지만 여성들이 권력을 가지면 능력을 인정해 주기는커녕 남성과의 경쟁을 넘어 구조적 모순과 싸워야 하는 일이 참 많은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이러한 경험들은 여성들에게 자연스럽게 권력에 대해 거부감과 무력감을 심어 주고 있다. 여성들이 권력을 가지게 되는 장애물은 여성들이 권력을 가지게 됨으로써 느끼게 되는 두려움과, 여성들 스스로가 자신이 가진 권력을 평가절하하며 여성으로서 기여할 부분이 많지 않다고 생각하는 방식이다.

여성주의적 입장에서는 이런 불안감은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성들의 권력화 과정도 기존의 권력 메시지에 도전하는 것이니만큼 그에 따르는 불안감은 당연한 결과로 생각된다. 진정한 용기는 두렵지만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여성들의 삶은 분절화되어 있기 때문에 연합하지 않으면 힘이 될 수 없다. 혼자 있으면 변화하기가 그만큼 어려운 것이다. 무엇인가 성취하려고 할 때 자신이 가진 자원이 중요하고, 어려운 사람을 도우고 싶을 때 심리적 경제적 자원이 있어야 도움을 줄 수 있듯이, 많은 자원과 권력을 가지는 것은 좋은 것이다.

꿀맛을 본 사람은 설탕을 찾지 않는다. 꿀맛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 돈과 명예, 지위에 대한 권력, 자기 자신만을 위한 권력의 개념에서 벗어나, 나로부터 비롯하여 대상으로 확산되는 권력 개념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또한 여성들의 경험에 기반한 권력개념의 재정립이 필요하며, 여성들이 더욱더 많은 권력을 가져 제대로 된 권력의 배분이 실현되어야 할 것이다.

조윤숙 대구여성의 전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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