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교통정책이 차량이 아닌 보행자 위주로 점차 바뀌어가고 있다.
서구·동구청 등 각 구청이 주민들의 통행권 확보를 위해 잇따라 육교 철거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대구시도 도심 한가운데 횡단보도들을 설치하는 방안을 잇따라 추진 중이다.
서구청은 서대구로상(대구호텔~신평리네거리)에 설치된 평리육교(1997년 설치)를 조만간 철거키로 확정하고 대구경찰청과 관련 절차를 협의 중이다. 이는 지난 7월부터 8월까지 평리4동 평리육교 주변 주민 2천15명을 상대로 실시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른 것. 주민 중 1천893명(92.3%)이 육교보다는 횡단보도 설치에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구청 건설과 박태용 보수담당은 "육교 철거에 대비해 대구경찰청과 도로 중앙분리대 보강, 횡단보도·신호등 설치 등을 논의 중"이라며 "관련 승인이 나는 대로 이르면 11월쯤 육교 철거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서구청이 육교 철거에 나선 것은 올 들어 이번이 세 번째. 지난 6월 보행자들의 통행 편의를 위해 서부시장 육교와 새길시장 육교 등 2곳을 잇따라 없애고 횡단보도를 설치한 바 있다. 평리육교가 철거되고 나면 지난해까지 8개에 달했던 서구 전체 육교 중 경부선 철로를 건너는 육교 2곳, 비산7동 서대구초교 육교, 평리동 서구청 앞 육교, 비산2·3동 서신육교 등 5개만 남게 된다.
육교 철거에 주민들이 앞장서는 등 보행권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동구 신암3동 주민 2천500여명은 최근 '신암육교 철거 및 횡단보도 설치'를 위한 서명운동에 나선데 이어 구청에 주민청원서를 제출했다. 신암3동 주민들은 "육교가 35년이나 돼 노후됐을 뿐 아니라 육교 통행을 기피하는 노약자나 어린이들의 교통사고가 자주 발생했다"며 철거를 요청했다. 이에 동구의회는 주민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육교 철거를 추진 중이다.
대구시도 대구역에서 반월당네거리 이르는 '대중교통전용지구' 가운데에 위치한 중앙네거리 네 방향으로 횡단보도를 설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는 대중교통전용지구 기본설계 용역을 맡은 ㈜시토포스 측이 중앙네거리 네 방향에 횡단보도 설치에 타당성이 있다며 권고한 데 따른 것. 시 관계자는 "횡단보도 설치안에 대해 대구경찰청과 교통안전시설 심의절차를 거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시는 중구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 설치도 고려 중이다.
이처럼 대구시와 서구·동구청 등이 추진 중인 육교 설치나 횡단보도 설치 등이 현실화될 경우 이에 동참하는 구·군청들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박용진 계명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차량 집중으로 인한 도심혼잡 비용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보행자가 걷기 편한 방향으로 교통정책을 짜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며 "다만 횡단보도 설치나 육교 철거 등에 따른 주민·상인 사이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만큼 합리적인 의사결정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12년 간 가능했던 언어치료사 시험 불가 대법 판결…사이버대 학생들 어떡하나
한동훈 "이재명 혐의 잡스럽지만, 영향 크다…생중계해야"
[속보] 윤 대통령 "모든 게 제 불찰, 진심 어린 사과"
홍준표 "TK 행정통합 주민투표 요구…방해에 불과"
안동시민들 절박한 외침 "지역이 사라진다! 역사속으로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