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佳人(가인), 폴 뉴먼

'사람은 한 그루 나무와 같다'고 유대인 사상가 마르틴 부버는 말했다. 비슷한 듯 보여도 똑같은 나무는 세상에 단 한 그루도 없다. 잎의 수나 가지 모양, 키 등 모든 면에서 다르다. 사람도 그러하다. 외양뿐 아니라 삶의 모습이 각양각색이다.

이 시대의 명배우 폴 뉴먼이 지난 26일(현지 시간) 세상을 떴다. 향년 83세. 그는 어떤 나무였을까. 세상의 모든 매스컴이 전하는 그의 삶의 모습은 巨木(거목)이다. 그것도 우람할 뿐 아니라 아름다운 꽃과 그윽한 향기까지 뿜어내는 美木(미목)이다. 게다가 쉘 실버스타인의 우화 속 나무처럼 '아낌없이 주는 나무'다. 이런 찬사가 지나칠까. 아닐 것이다. 영화 안팎에 찍혀 있는 그의 족적을 보면 결코 과하지 않다.

그는 배우 인생에서 성공했을 뿐 아니라 이 세상을 향해 넉넉하게 德(덕)을 끼쳤던 사람이다. 1954년 영화 '은배'로 데뷔해 지난 50여 년간 80여 작품에 출연, 걸출한 연기력의 명배우로 이름을 날렸다. 그를 스타덤에 오르게 한 1961년작 '허슬러' 이후 마지막 작품이 된 2006년 애니메이션 '카'의 목소리 연기까지 그의 배우 일생을 관통한 것은 '성실'이라는 미덕이었다. 77세 때 가진 한 인터뷰에서 그는 말했다. "항상 '마지막 영화'라는 생각으로 영화에 임합니다"라고.

뉴먼은 뛰어난 사업가이자 '넉넉한 베풂'의 자선사업가이기도 했다. 20여 년 전 세운 식품회사로 큰 성공을 거두면서 수입 전부를 자선단체에 기부했고, '책임지는 부자'라는 자선단체를 설립,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실천했다.

무엇보다 세상의 온갖 유혹이 넘실대는 할리우드에서 모범적인 사생활을 지켜왔다는 데 큰 점수를 주고 싶다. 다섯 살 아래 아내이자 영화배우인 조안 우드워드와 50여 년을 한결같이 화목한 가정을 꾸려왔다. 잦은 결혼과 이혼이 무슨 '자유로운 영혼'의 훈장이기나 한 것처럼 여겨지는 할리우드 풍토에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 시인 랄프 왈도 에머슨은 시 '무엇이 성공인가'에서 이렇게 읊었다. '건강한 아이를 낳든/ 한 뙈기의 정원을 가꾸든/ 사회환경을 개선하든/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 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폴 뉴먼은 '진정한 성공'의 주인공이었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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