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학교가 학생으로부터 외면받아서야

해를 거듭할수록 자신이 원하는 고교에 배정받는 학생들의 비율이 줄어들고 있다. 대구시 교육청의 국감 자료에 따르면 올해 대구 일반계 고교 60개교의 선지원자 수가 정원을 넘긴 학교는 20개교로 전체의 33%에 불과했다. 반면 지원자 수가 모집 정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이른바 비선호 고교는 10개교나 됐다. 2006년만 하더라도 정원을 넘긴 학교는 57개교 중 26개교, 모집정원의 절반을 채우지 못하는 고교 수는 6개에 불과했다. 갈수록 많은 학생들이 추첨 운이 없다는 이유로 원하지도 않는 학교에 다니고 있는 것이다.

이는 현행 신입생 강제배정 방식이 고교들의 자생력을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제도 아래서는 학교 측이 관리를 소홀히 해도 정원을 채우는 데는 문제가 없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심혈을 기울일 유인이 적은 것이다. 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의 몫이다.

학교가 학생들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학생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지의 여부는 대입 실적, 교육시설, 교통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하지만 학교장의 역량이나 재단의 의지에 상당 부분 좌우된다. 북구 운암고가 많은 수성구 고교를 제치고 선지원율에서 대구 최고를 기록한 것은 시사하는 바 크다. 대구의 교육 1번지라는 수성구만 하더라도 선지원자 수가 정원을 채우지 못한 학교가 12개교 중 7개교나 됐다.

2010년부터 서울에서는 학교선택제가 실시되고 대구에서도 논의가 한창이다. 학교선택제가 도입된다면 선호고와 비선호고 간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다. 서울지역에서는 이미 학생들의 선택을 받기 위한 학교의 몸부림이 시작됐다. 대구시 교육청도 학생들이 가고 싶어하는 학교를 마련하기 위해 대책들을 쏟아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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