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허술한 보안의식이 부른 첨단무기 해킹 피해

첨단 무기를 생산하는 국내 방위산업체들이 해킹 피해를 입고도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보안기술연구소가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이지스함과 유도미사일 등 첨단무기를 생산하는 방산업체들이 올 들어 잇따라 해킹 피해를 입었으나 누가, 어떤 자료를 빼내갔는지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피해 업체 중에는 현무 등 유도미사일을 생산하는 LIG넥스원과 한국 최초의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을 비롯해 잠수함, 구축함을 생산하는 현대중공업이 포함돼 있다. 개발비용만도 적게는 수백억 원에서 많게는 수조 원에 이르는 이들 첨단무기의 설계도 등 관련 자료들이 중국이나 북한에 새나갔을 수도 있다니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이 무기들은 우리 군의 방위력의 핵심이자 전력 현대화의 요체다. 중국과 북한, 일본, 대만 등 동북아시아 국가들의 군비 확충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만일 첨단무기 개발 관련 자료들이 적성국의 손에 들어갔다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게다가 우리 별 3호나 과학위성들의 운행 궤도와 데이터를 통제하는 관제 보안시스템은 아예 없다고 이 연구소의 보고서는 지적했다. 만약 적성국가에서 우리 인공위성들을 탈취해 마음대로 조종한다면 마치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일들이 눈 앞에서 벌어지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 데도 그간 정부가 보안 대책을 세우지 않고 방치한 것은 더욱 책임이 크다. 이러고서야 국방 개혁이니 군 전력 현대화니 백번 떠들어봐야 헛일이다. 당장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부터 철저히 조사하고 완벽한 보안대책을 세워야 한다. 민간 기업들에도 보안 체제를 강화하도록 강제하고 이런 일이 재발할 경우 불이익을 줘서라도 보안의식을 가다듬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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