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국산 아닌 제품 없어" 소비자 불안 증폭

"도대체 뭘 먹어야 하나요?"

28일 오후 대구 북구 칠성동의 한 대형소매점. 휴일을 맞아 가족단위의 쇼핑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지만 과자류 코너에는 찬바람이 불 정도로 썰렁했다. 얼마 전만해도 과자류 판매대에는 부모들의 손을 이끄는 어린이들이 적잖았다. 하지만 식약청이 멜라민 함유 가능성이 있는 제품들에 대해 회수조치에 나서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간혹 과자류 코너를 찾는 이들도 과자의 원료를 꼼꼼하게 살피는 모습이었다.

가족과 함께 장을 보러온 김대식(35)씨는 "웬만하면 중국산 원료가 들어가지 않은 제품을 찾는 중"이라고 했다.

북구 침산동의 한 대형소매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젊은 부모들일수록 과자류의 원산지 표시를 확인하느라 많은 시간을 들이는 모습이 역력했다. 세살배기 아들을 데리고 쇼핑을 하던 김재원(33)씨는 "평소에는 눈여겨 보지 않던 원산지 표시를 이렇게 오래 쳐다보긴 처음"이라며 "대부분의 제품들에 중국산 원료가 조금씩이라도 포함된 줄은 처음 알았다"며 깜짝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과자류 매장 관계자들은 "식약청에서 428개의 멜라민 검사 대상 품목을 발표하면서 유제품 성분이 포함되지 않은 제품들에 대해서도 고객들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혹시 수거 대상 품목을 구입해 간 고객들에게는 구매기간이 오래됐더라도 환불을 해준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멜라민 파문은 유제품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시내 한 제과점에서 만난 주부 김영수(39)씨는 "오늘 산 케익을 확인해봤더니 크림의 원료가 중국산이더라. 함께 산 크림빵에는 아예 성분에 대한 원산지 표시가 없어 먹어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제과점의 생과자가 인기를 얻는 이색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대형할인점내 한 베이커리 코너 업주는 "선물용으로 가끔 나가던 생과자·쿠키류가 이번주에는 하루 2~3봉지씩 팔려나가고 있다. 아무래도 멜라민 파동의 영향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소규모 슈퍼마켓을 찾는 시민들은 더욱 불안해하고 있다. 발빠르게 물품 회수에 들어간 대형소매점 등과 달리 멜라민 포함 식품에 대한 정보가 부족, 아직 진열하고 파는 동네 슈퍼가 상당수에 이르기 때문이다. 수성구 만촌동의 한 주민은 "회수 품목에 대한 정보가 없다"며 "슈퍼마켓 주인도 잘 모르는 상황에서 과자를 사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청 홈페이지를 다 뒤져야 할 판"이라며 걱정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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