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2학기 원서접수가 마무리됐다. 이제 남은 건 각 대학별고사를 대비해 실전력을 쌓는 것이다. 수시 합격에 있어 내신이나 수능 성적이 크게 좌우하는 건 사실. 하지만 논술이나 구술면접은 마지막 역전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지난해 수시에 합격한 대구 고교 출신 대학생 3명을 만나 그들의 준비법을 들어봤다.
◆서울대 공학계열 김지윤군
지난해 김군은 서울대 수시에서 특기생으로 당당히 합격했지만 사실 합격 전까진 확신이 없었다. "내신과 서류 전형 등으로 이뤄지는 1차 선발은 올림피아드 등 수상 실적이 큰 잣대가 돼죠. 내신이나 다른 것들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과학고 학생들이 강세를 보이죠." 하지만 김군은 수상 실적이나 대외 경력이 전혀 없어 긴가민가했다. 그나마 국·영·수·과 내신이 1.4등급으로 비교적 높은 것이 강점이었다.
2차 관문인 구술면접 준비는 수능을 친 후 2주간의 남는 기간에 집중적으로 했다. 일단 수능에 총력을 기울인 뒤 면접 준비를 본격적으로 한 것. 먼저 고교 홈페이지에 나온 서울대 공대 기출문제를 많이 풀었다. 이와 함께 면접 대비를 위해 학원도 다녔다. 하지만 김군은 "학원 공부에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도박"이라고 했다. 학원 공부와 별도로 개인적인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것. 기출문제 중 출제 빈도가 높은 부분은 대학 교재 내용을 별도로 공부했고 모르는 부분은 인터넷 사이트에 나온 무료 강좌의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김군은 "면접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를 잘 풀면 '금상첨화'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면접관에게 당당하게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면접을 보는 교수에게 날 안 뽑으면 후회할 거란 생각을 심어줘야 합니다. 문제를 최대한 논리적으로 차분하게 풀되 모르는 문제가 있더라도 모른다고 주눅들지 말고 조금의 힌트만 있으면 풀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합니다." 김군은 구술면접에서 문제를 많이 못 풀었는데도 그런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모습이 합격 비결이라고 했다.
◆고려대 정경학부 채기현군
고려대 수시에서 논술을 봤던 채군은 고3 여름방학 때부터 논술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수능 준비도 철저히 해야 하기 때문에 평일엔 수능 공부에 전념하고 주말엔 논술을 집중 훈련하는 전략을 짰다.
먼저 '다음카페'에 가입해 기출문제를 보고 시간을 재면서 글을 써봤다. 주말에 보통 두 편 정도의 글을 작성했다는 것. 그런 뒤 모범 답안을 보면서 비교하는 한편 메모장을 별도로 만들어 모범 답안에서 참신한 부분이나 문장을 메모해 놓았다가 틈틈이 익혔다. 채군은 "글을 쓰고 모범 답안 보면서 첨삭하는 데 대략 4시간 정도 걸리기 때문에 두 편 정도만 써도 하루 종일 걸렸다"고 말했다.
신문 사설을 보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매일 오전 6시쯤 일어나 학교 가기 전 1시간 남짓 정독했다. 신문 사설을 꼼꼼히 읽어두면 시사 상식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고 미처 자신이 몰랐던 지식 등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수능이 끝난 뒤엔 지금까지 썼던 자신의 논술문을 세밀하게 다시 살폈다. 첨삭 내용이나 글의 흐름 등을 재차 확인한 것. 채군은 "평소 고등학교에서 나눠 준 기출문제집이나 글쓰는 요령 등도 여러 차례 보면서 진로지도 선생님에게 자주 조언을 구한 것도 도움이 많이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채군은 "문제 제시자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하는 게 우선인데 그러기 위해선 많은 문제를 접해보고 직접 써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자신이 내린 결론이 어떻든 간에 자기 논리를 뒷받침하도록 서술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경북대 생물교육학과 장혜영양
장양은 처음에 정시를 노렸다. 하지만 수능이 예상했던 것만큼 점수가 나오지 않아 수시 준비로 방향을 털었다. 수능이 끝나고 10여일 남겨놓은 상태에서 대부분의 학생이 논술 대비 학원을 다녔지만 그녀는 평소 학교에서 배운 논술 자료를 적극 활용했다. 교내 심화반에서 논술 공부를 하면서 수시로 챙겼던 메모장을 꼼꼼히 살펴보고 그동안 자신이 써왔던 논술문도 수정해가며 다시 작성해봤다.
경북대 입시사이트에 접속해 기출문제를 읽고 써보는 것도 빼먹지 않았다. 개념 파악이 확실하지 않은 부분은 다시 교과서와 참고서를 펴들었다. 장양은 "경북대 자연계 논술은 교과서 개념을 확실히 파악하면 풀 수 있다"고 했다.
사실 장양은 고3 초에 간결하고 명확하게 써야 하는 논술에 애를 먹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백일장에 나가 여러 차례 수상할 정도로 글재주가 있었지만 당시엔 시를 주로 썼기 때문에 글 패턴이 달랐던 것. 장양은 "남들이 써놓은 논술을 보고 분석하면서 의식적으로 간단하게 쓰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장양은 평소에 논술모의고사를 쳐볼 것을 권유했다. 자신도 고3 때 종종 쳤던 사설 논술모의고사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것. 장양은 "스스로 논술을 써보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전국적으로 치는 논술모의고사를 통해 실전력을 키우고 모범 논술문을 통해 글의 흐름 등도 단기간 내에 익힐 수 있었다"고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 전문가 조언 "수시 준비하더라도 수능에 무게 둬라"
고등학교 진학지도 교사들은 수시 준비를 하더라도 수능에 비중을 두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한다. 주요 대학의 수시는 보통 경쟁률이 20~30대 1이기 때문. 대건고 이대희 교사는 "수시 시험을 치더라도 너무 거기에 얽매이는 것은 좋은 전략이 아니다"며 "간혹 수시 시험을 치고 난 뒤 마음이 흐트러지는 경우가 있는데 끝까지 긴장을 늦추면 안 된다"고 했다.
논술은 토·일 등 휴일을 이용해 집중적으로 훈련하고 평일엔 수능에 전념하는 방법도 좋다는 것. 휴일에 하루에 2, 3개 정도의 논술문을 써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구술면접의 경우도 논술 준비가 바탕이 된다. 영진고 김진상 교사는 "면접도 결국 말로 설명한다 뿐, 논술과 거의 일맥상통하기 때문에 평소에 논술 공부 위주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또 같은 대학 지원자 학생들끼리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토론 학습을 해보는 것도 좋은 훈련 방법이다.
자신감도 수시 준비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필요충분조건. 이 교사는 "가끔 기출문제를 보면서 회의를 느끼는 학생도 적잖은데 그것은 다른 지원 학생들도 마찬가지"라며 "평소 스스로 잘 할 수 있다는 자기 최면을 걸면서 시험 당일까지 자신감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전창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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