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멜라민 파동에 식탁 '메이드 인 차이나' 공포

주부 이경희(37·대구 북구 복현동)씨는 멜라민 파동을 보면서 중국산 먹을거리를 아예 식탁에 올리지 않겠다고 다짐까지 했다. 이씨는 "중국산은 심심하면 말썽이 터지니 정말 못 믿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이씨의 결심은 오후에 들른 대형소매점에서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예전에는 아무렇지 않게 쇼핑카트에 담았던 무수한 식자재들을 유심히 살펴보니 상당수가 중국산이었기 때문이다.

◆중국산 빼면 먹을 게 없다=우리 식탁은 중국산에 어느 정도 노출돼 있을까? 그 실상을 살피기 위해 대구의 한 대형소매점을 찾았다.

먼저 두부코너. '국산콩 100%'으로 만들었다는 일부 두부를 제외하고는 절반 가까운 두부가 중국산 콩으로 제조됐다. 겉봉지에 유기농 콩나물이라 쓰인 콩나물 역시 중국산 콩으로 키워졌다. 콩 가공식품의 대부분은 중국 등을 비롯한 수입산이었다. 식용유의 콩은 100% 수입산이었고, 된장·간장 등 우리 식탁에 가장 흔하게 올려지는 반찬의 원료도 수입산 또는 중국산이 대부분.

옥수수유 역시 100% 수입산 옥수수 배아가 사용됐고, 김에 발린 기름도 하나같이 중국산 들기름이었다. 고춧가루, 고추장을 만드는 고추도 중국산이었다. 유명회사 제품의 고추장에 들어간 중국산 고추 함량은 46.9%. 조리돼 포장판매되는 깻잎과 무말랭이의 양념 역시 중국산 고춧가루가 70%를 차지했다. 쌈장의 마늘, 후춧가루에 쓰인 흑후추도 모두 중국산. 참기름이나 과자 등에 사용된 참깨도 거의 중국산이었다.

즉석요리식품코너. 진열된 카레와 자장을 들여다보니 양파와 당근이 중국산이었다. 우동에 들어간 동결건조대파, 쫄면의 건배추·당근 역시 중국산. 유부초밥의 양념으로 사용된 사과식초의 원료인 사과도 어김없이 중국산이라고 쓰여 있었다. 황도 복숭아 캔 경우 내용물의 55%가 중국산이었고, 각종 야채와 버무려 먹는 드레싱도 중국산 재료로 만들어졌다.

아이들이 많이 마시는 요구르트에 사용된 배농축과즙 역시 중국산으로 표기돼 있었다. 일부 매실음료는 중국산 매실농축액이, 토마토 주스는 중국산 토마토 페이스트(paste·갈거나 개어 풀처럼 만든 식품)가 쓰이고 있었다.

수산물코너도 마찬가지. 적색·백색 새우살과 낙지는 중국산밖에 없었다. 해물탕에 들어간 모시조개, 포장된 재첩국도 중국산을 우려 만든 것이었다.

그나마 이들 제품은 겉 포장지에 원료의 원산지 표시가 된 제품들이다. 함량이 적다는 이유로 원산지가 표시돼 있지 않은 제품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50여 가지의 재료가 사용된 라면의 경우 소맥분과 팜유를 제외한 나머지는 국적불명이었다. 설탕이나 올리고당은 원산지가 아예 표시돼 있지 않았다.

◆중국산 먹을거리 갈수록 늘어=올 들어 8월 말까지 중국에서 수입된 농·축·수산물은 287만6천t . 금액으로 21억7천만달러를 넘는다.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액은 35억4천만달러로 8년 전인 2000년(16억5천만달러)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수입품목(화훼, 사료 제외)만 500개가 넘는다. 이 중에는 음식의 감초 역할을 하는 마늘·양파는 물론이고 전통 음식인 된장과 고추장에 쓰이는 중국산 농산물이 많다. 올 들어 8월까지 된장의 주원료인 콩 등 두류는 25만5천t(1억8천만달러)가 수입돼 전체 물량의 10%가량을 차지했다. 고추는 6천358만t(4천800만달러)이 수입됐다.

수산물의 경우에는 조기 3만5천t(1억1천만달러), 낙지·문어·주꾸미 2만3천t(7천200만달러), 고등어·새우 각각 1천100여만t이 수입됐다. 통관절차를 거치지 않고 보따리상이나 몰래 들여온 중국산 먹을거리도 엄청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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