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뛰는 환율 따라 제 심장도 같이 뜁니다."
8개월 전 초등생 딸과 아내를 캐나다 밴쿠버에 보낸 기러기 아빠 송모(49·대구 북구 복현동)씨는 요즘 신문·TV보기가 무섭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환율 때문이다. 급기야 30일 오후 원·달러 환율이 1천207원으로 마감하자, 송씨는 눈앞이 캄캄하다고 했다. 가족들을 해외에 보낼 당시 900원대이던 환율과 비교하면 현재는 1천달러를 송금하는 데 25만원이 더 들어간다. 매월 3천달러를 보내는 송씨의 경우는 75만원이 더 든다. 송씨는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어 굳게 마음먹고 전화번호를 누르다가도 돌아오라는 소리에 실망할 아이를 생각하면 수화기를 내려놓게 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환율 폭탄'으로 인해 자녀를 해외에 유학·어학연수 보낸 기러기 가장들이나 학생 모집에 나선 유학원, 가을 성수기를 앞둔 여행사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4년 9개월 만에 최고치인 1천200원선을 넘어서면서 매월 해외 송금을 해야하는 시민들이 아연실색하고 있다.
이번 학기가 끝나는 대로 1년간의 해외연수를 준비 중이던 모 대학 3학년 김민수(26·대구 달서구 용산동)씨. 김씨는 "현지 어학스쿨 비용 등을 포함한 유학 예산이 당초 생각보다 500만~600만원 더 들게 됐다"며 "당초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갔다 박사과정까지 공부하려고 했는데 빠듯한 예산에 환율까지 치솟아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단 하루 만에도 왔다갔다 하는 환율 때문에 환전 시기를 놓고도 희비가 엇갈렸다. 다음주 말 베트남 출장을 앞두고 있는 김모(39·대구 수성구 범어동)씨는 지난달 20일 은행에 들러 1천달러 가량을 환전했다. 김씨는 "환율이 오른다고 출장을 가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며 "요즘처럼 환율이 뛸 때는 해외여행에서 변동 환율이 반영되는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보다 현금을 사용하는 것이 낫다는 말을 듣고 일찌감치 환전을 끝냈다"고 했다.
반면 은행원 이모(41)씨는 "3천달러를 보내야 하는데 환전 시기를 하루 놓쳤더니 20여만원이 더 들었다"고 혀를 찼다.
유학원과 여행업계 등에서는 "10년 전 IMF위기 상황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미국발 악재와 갈팡질팡하는 정부의 환율 정책 여파로 앞으로의 전망도 쉽게 점칠 수 없어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한 유학원 운영자는 "겨울방학 단기어학 연수나 유학 관련 문의가 조만간 시작될 시점인데 환율 파동이 겹쳐 걱정된다"며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어학연수 경우 경비가 많이 드는 미국·호주 등보다 필리핀·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를 선호하는 경향이 더욱 뚜렷해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대구 한 여행사 관계자는 "가뜩이나 침체된 경제상황 때문에 여행업계 절반이 도산 위기라는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는데, 환율까지 뛰어 업계에서는 구조조정이 목전에 온 것 아니냐는 위기감으로 가득하다"고 전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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