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밤하늘의 달 한번 쳐다보는 여유

일년 열두 달 매월 뜨는 보름달이지만 가을밤에 뜨는 달은 더욱 커보이고 둥글다. 봄에 씨 뿌리고 여름에 땀 흘려 가꾼 것들이 결실을 맺어 거두는 수확의 계절이라 그러리라. 고향 마을에는 집집마다 앞마당에 감나무 한두 그루가 있었다. 가을이 다가오면 잎은 하나 둘 물들어 떨어지고 첫서리가 내릴 쯤엔 잎을 모두 떨어뜨린 감나무에 빨갛게 익은 감들만 주렁주렁 달려있다. 밤에 문을 열고 밤하늘을 쳐다볼 때면 아기 달들이 내려와 우리 집 감나무에 내려 앉은 착각에 빠져들곤 하였다. 그러다 끝없는 꿈의 세계로 들어간다. 멋있는 육군대장이 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집을 짓는 건축가가 되었다. 세계를 일주하는 탐험가가 되었다.

성인이 되어 하루 종일 도서관에서 책을 보다 밤늦게 집에 돌아가면서 밤하늘을 올려다 볼 땐, 아, 달이 너무 밝다! 어릴 때는 꿈이 지금보다 더 컸었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땀방울의 양과 인생의 행복은 비례한다고 했다. 한 방울의 땀에는 희로애락이 섞여있으며 열심히 땀 흘리다 보면 인생의 행복과 기쁨은 시나브로 찾아든다고 했다. 이른 봄부터 무더운 여름을 지나 지금껏 땀 흘린 이들은 이제 알차게 여물은 열매를 따리라. 지금도 도서관 열람실에서 하루 종일 책과 씨름하다 늦은 밤 집으로 향하는 취업생들이 많다. 그들의 가슴에도 밤하늘의 달을 쳐다보는 여유가 있는 걸까?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저들도 어릴 때는 크고 원대한 꿈이 있었겠지. 지금까지 그 꿈을 포기하지 않고 이루려 애쓰는 이는 몇이나 될까? 커가면서 줄어들지는 않았는지?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올해도 취업시즌이 도래되었다고 모두들 열심이다. 매년 반복되는 현상이지만 올해는 '이명박정부' 들어 작은 정부 정책과 유가급등, 환율급등, 불안정한 증시, 계속된 경기침체 등으로 젊은이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일자리가 줄어 더욱 취업문이 좁다며 종종걸음을 치는 이가 많아 보인다. 내 젊은 날의 추억처럼 저들도 이번 가을에는 滿月처럼 둥글고 한 아름 가득 찬 결실을 거두면 좋겠다.

허이주(대구 달서구 용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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