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힘들어도 달빛 아래 늘 행복

달이라고 생각하면 내 어릴 적 시골에서 살았던 일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아버지께선 새벽에 항상 일찍 일어나셔서 소죽을 끓여놓으시고 밥도 잡숫지도 않으시고 바로 논으로 나가신다.

어머니께서는 부엌에 들어가 아궁이에 불을 때 밥을 지으시며 부지깽이를 들고 솥뚜껑을 두드리며 부르는 소리가 난다.

그래도 안 일어나면 부지깽이를 들고 방으로 뛰어들어오시고 그 소리에 놀라 벌떡 일어나 도시락을 챙겨 학교 갈 준비는커녕 소쿠리와 낫을 들고 들에 나가 소풀을 한 소쿠리 뜯어 놓고 학교에 가야 된다. 그리고 오빠는 소를 몰고 가서 소가 소 풀을 배불리 뜯어 먹고 배가 부르면 집으로 소를 몰고 와서 마구간에 매어 놓고 나면 어머니는 벌써 들에 나가시고 안 계신다. 우리는 밥을 챙겨 먹고 늦어서 허둥지둥 들판 논둑 지름길로 정신없이 뛰어가야만 했던 어린 시절, 그것이 끝이 아니다. 수업을 마치고 나면 또 아버지 어머니 일하시는 들로 찾아가서 일손을 도와드려야 되고 공동 우물가에 가서 물동이에 물을 가득 채워 놓아야 했다. 우리가 그땐 큰 도움이 못 됐지만 그래도 꼭 찾아가서 거들어야 했었다. 너무 바쁜 철에는 달빛 아래에서 보내기도 했고 벼 타작도 늦게 끝날 때면 늘 달빛 아래에서 일을 했고 또 끝내지도 못한 채 대충 일을 마치고 다음날로 미루고 마무리를 한다.

어머니께서 아궁이에 불을 때 마당에 큰 멍석을 깔아놓고 국수를 삶아 간장만 넣어 후루룩 후루룩 말아먹고 나서야 배가 불러 하루 일과가 끝이 난다.

마당 한가운데에 모깃불을 피우며 늦은 밤에 달빛 아래 별을 헤아리며 오빠와 동생들과 이렇게 보냈다. 어린 시절 그땐 일을 안 하고 놀면 늘 아버지께서는 밥도 먹지 마라며 야단을 치셨는데 지금은 아버지가 안 계신 그 자리에 엄마 혼자서 농사일을 하신다. 너무 힘이 들어 이젠 살이 빠져 약해지고 뼈만 남아 자그마한 우리 엄마가 너무 초라하게 보이신다. 불쌍하신 우리 엄마, 도시에서 사시는 할머니와는 전혀 다르시다. 평생 농사일에만 전념을 하다 보니 너무 많이 늙으셨다. 얼굴 온 전체에 굵은 주름이 깔려있는 우리 엄마는 한평생 정들었던 고향과 동네 사람들과 얼마 안 있으면 헤어져야 한다. 공장이 생기기 때문이다. 정말 마음이 허전하고 시시각각 갈 길로 떠나야 되는 현상인데 모두 걱정이 되고 가슴속에 허전함이 이렇게 나도 느껴지는데 엄마 마음은 얼마나 아프고 가슴이 미어질까 눈물이 쏟아진다. 정들고 그립던 내 고향, 힘이 들어도 달빛 아래에서 아버지와 늘 행복했던 그때가 그리워진다.

강동연(대구 서구 원대3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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