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중기의 필름통] 자살은 죄악이다

'글루미 선데이(Gloomy Sunday)'는 희대의 '자살 교향곡'이라 불린다.

1935년 헝가리에서 레코드로 발매된 지 8주 만에 187명이 자살을 했다고 알려져 있다. 엘라 피츠제랄드를 비롯해 사라 맥라클랜, 오코너, 비요크, 사라 브라이트만 등 많은 가수들이 같은 곡을 다른 음색으로 불렀다. 어떻게 이 곡을 듣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을 수 있을까.

'자살'을 염두에 두고 이 노래를 열심히 들었지만, 사실 죽음의 그림자는 엿보이지 않았다. 나른하면서도 달콤한 사랑의 밀어로 들렸다. 당시 원곡은 폐기되고, 현재의 편곡만 남았다고 하니, 그 뿌리를 알 길은 없다.

'브로크백 마운틴' '다크 나이트'의 히스 레저가 죽은 지 9개월이 넘었다.

그는 지난 1월 진통제와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최근 레저의 변호사가 법원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보험회사가 수혜자인 레저의 두 살배기 딸에게 1천만달러(한화 약 120억원)의 보험금을 지불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보험사는 그동안 레저의 자살 가능성을 제기하며 보험금의 지불을 미루고 있는 상태. 만약 자살로 판명이 날 경우 딸은 한푼도 받을 수 없게 된다.

자살은 명백한 죄악이다. '자기 살인'이다.

최진실의 죽음 때문에 또다시 우리 사회에 '자살'이란 키워드가 떠오르고 있다. 비단 연예인뿐 아니라 자살은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다. OECD 국가 중 최고다. 오죽하면 '자살 공화국'이란 오명까지 붙을까. 통계로 보면 하루 36명꼴로 자살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모두 1만3천3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살의 동기들은 많을 것이다. 최근 자살한 연예인들의 예만 보더라도 우울증에 악성 답글로 인한 고통, 인기 급락, 개인적 사업실패 등 다양하다. 스포트라이트가 밝으면 그림자도 큰 법이다. 특히 연예인들의 경우 인기를 먹고 사는 직업이라, 대중과 멀어지는 것이 견디기 어려운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래도 각자 스트레스가 너무 많다 보니, 자기 것 벗겨내기도 어려운 형편에 남에게 눈 돌릴 수가 없는, 그것이 가장 클 것이다.

최근 연예인들의 죽음을 전하는 글에는 '명복을 빈다'는 답글이 줄을 잇고 있다. "오죽했으면 죽었겠느냐?" "고통을 이해한다"는, 자살을 이해하려는 이들도 많다. 혹 그 중에 자살을 비난하는 이가 있으면, 네티즌들의 집중포화를 맞는 분위기다.

그렇지만 거듭 말하지만, 자살은 죄악이다. 자살이 결코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으며, 더 큰 고통을 부른다.

'글루미 선데이'는 노래가 아니라, 그런 자살 환상을 만들어낸 이들이 '주범'이었다.

김중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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