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일은 한글날이다. 처음에는 '가갸날'이라고 부르다가 1928년에 '한글날'이라고 고쳐 부르게 되면서부터 일반화 됐다. '한글'이라는 명칭의 뜻은 '한나라의 글', '큰글', '세상에서 첫째 가는 글' 등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한글'은 한나라, 한겨레와 함께 영원히 뻗어나갈 글이요, 큰 글이니, 남녀노소 모두 한가지로 넓고 크게 써야할 글이며, 세상에서 첫째 가는 글이라는 뜻이다.
한글의 우수성은 해외에서도 이미 입증됐다. 대한제국 때 고종의 밀사로 활약한 미국인 호머 헐버트 박사는 미국 스미소니언협회가 발간하는 연례 보고서에 '한국어(The Korean Language)'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한글의 독창성과 과학성, 간편성 등을 소개하며 '한글이 대중 언어 매체로서 영어보다 더 우수하다'고 적었다. 세계적인 과학잡지 '디스커버리'도 1994년 7월호 특집기사에서 "세계에서 가장 합리적인 글" 이라고 한글의 우수성을 격찬했다. 한마디로 한글은 "세계 문자역사상 가장 진보된 글자"라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한글은 먼저 말(한국어)이 있고서 이를 바탕으로 인위적으로 만든 글자라는 점에서 견줄 문자가 없다. 소리 내는 사람의 기관과 하늘·땅·사람을 결합해 만든 과학·철학적인 글자여서 각 나라 언어학자들이 세계 언어를 얘기할 때 칭송하는 본보기로 통한다. 또한 한글 문화권에 사는 우리는 영어발음을 90% 이상 할 수 있어 외국어를 배우기가 쉽다고 한다. 우리말은 8천800개의 소리를 표현할 수 있어 일본어 300여개, 중국말(한자) 400여개에 비해 무려 20배가 넘는다.
국내외에서도 우수성이 입증된 한글이지만 한글이 처한 국내의 현 실정은 어떠한가. 한마디로 적잖은 대한민국 국민은 국어사전도 못 찾는 '글벙어리' 거나, '글벙어리'를 면했다 해도 글 쓰는 데는 '괴발개발'이다.
'글벙어리'는 글을 읽고 이해는 하지만 제대로 쓰지 못하는 사람을 뜻하는 순 우리말이다. "길동이는 글벙어리라 논술시험이 걱정이다."와 같이 쓰인다. '글벙어리'들은 한결 같이 말만 통하면 되지 굳이 까다로운 우리글 맞춤법을 따라 구분할 필요가 있느냐는 뽀로통한 반응들이다.
괴발개발 글쓰기는 아무래도 컴퓨터 도입 등에 따른 영향이 클 것이다. 흔히 '개발새발'이라고 잘못 사용하고 있는 '괴발개발'은 고양이 발자국과 개 발자국이란 뜻으로 글씨를 함부로 이리저리 갈겨 써 놓은 모양을 말하는 순 우리말이다. "담벼락에는 괴발개발 아무렇게나 낙서가 되어 있었다."로 쓰인다.
한글날을 맞아 '교열단상'이 대한민국 국민들을 '글벙어리' 에서 벗어나게 하는데 조그마한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성병휘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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