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약, 저약 함께 먹을 때 부작용 미리 확인을

약과 건강보조식품 등을 한꺼번에 많이 복용하면서 걱정하는 사람들이 적잖다. 궁합이 맞지 않아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는 만큼 약사와 의사의 지도를 받는 게 좋다. 윤정현 인턴기자
약과 건강보조식품 등을 한꺼번에 많이 복용하면서 걱정하는 사람들이 적잖다. 궁합이 맞지 않아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는 만큼 약사와 의사의 지도를 받는 게 좋다. 윤정현 인턴기자

김재영(59)씨가 하루에 먹는 약과 건강보조제는 10알이 넘는다. 10여년 전 고혈압 진단을 받아 혈압강하제 한 알을 먹기 시작했다가 몇 년 지나 혈압 조절이 잘 안 돼 다른 계통의 혈압약을 추가로 복용하게 됐다. 또 얼마 지나지 않아 당뇨병까지 생겨 당뇨약도 함께 먹게 됐고, 50대에 접어들면서 고지혈증까지 나타났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관절도 아프기 시작, 복용하는 약의 종류가 크게 늘었다. 여기에다 너무 피곤하고 몸이 허한 것 같아 비타민제를 먹기 시작했고, 지금은 건강보조제까지 복용하기에 이른 것. 김씨는 "아침에 먹고 나오는 약만 해도 한 주먹이나 돼 복용할 때마다 '이렇게 많이 먹어도 되는지', '한꺼번에 먹어도 효과가 제대로 나는지', '몸에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닌지' 등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약에 대한 잘못된 정보나 상식을 믿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거의 맹신 수준인 사람도 적잖다. 약을 제대로 사용하면 건강과 생명 유지에 큰 도움이 되지만 잘못 사용하면 치명적인 독성이 생겨 생명을 위협받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약, 어떻게 먹어야 할까.' 약의 날(10월 10일)을 맞아 약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본다.

◆약, 한꺼번에 많이 복용해도 괜찮나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의사의 정확한 진단과 처방에 따라 약사의 검증을 거쳐 조제된 약을 복약 지도대로 복용하면 크게 걱정할 것은 없다. 약은 각자의 수용체에 결합해 기대 효과만 발휘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제 역할만 한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의사나 약사의 지도 없이 마음대로 이 약, 저 약 혼합해 복용하면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해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무좀 때문에 피부과에서 항진균제인 케토코나졸 제제를 처방받아 복용하던 환자가 음식을 잘못 먹어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서 내과에서 항히스타민제인 히스마날을 처방받아 함께 복용할 경우 약물 상호작용으로 심장발작을 일으키거나 숨질 수 있다. 때문에 약을 처방받을 땐 반드시 의사나 약사에게 자신이 먹고 있는 약이나 지병 등을 얘기한 뒤 약을 처방·조제 받아야 한다. 또 많은 약을 복용해야 할 상황이라면 단골 병원이나 약국을 정해 자신의 약력을 한눈에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좋다.

◆일반 약과 건강기능식품(건강보조제)을 같이 먹어도 되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각종 건강기능식품도 쏟아지면서 이를 복용하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을 제대로 복용하면 질병을 치료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오메가 3의 경우 혈액 내 LDL(저밀도 지방단백질)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피를 맑게 하며 혈관 벽을 보호·확장하는 효과가 있어 고혈압, 고지혈, 동맥경화증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항혈전제를 복용하는 환자가 이를 함께 먹을 경우엔 혈소판 응집 억제 작용이 발생, 출혈이 심해질 수 있다. 때문에 많은 약을 복용하고 있는 사람이 건강기능식품이 좋다고 해서 이것저것 복용하는 것은 위험하고, 치료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 건강기능식품 복용 시엔 단골 약사나 의사와 상의해 자신의 건강 상태와 질병에 도움될 수 있는 제품을 선택, 먹는 것이 좋다.

◆약을 복용할 때 먹지 말아야 할 음식이 있나

약과 궁합이 맞지 않은 음식들도 있다. 예를 들어 빈혈 때문에 철분제를 복용할 경우 홍차나 녹차 같은 떫은맛을 내는 차를 마시면 차 속의 '타닌' 성분이 철분과 결합해 약효를 떨어뜨린다. 꼭 마시고 싶다면 약을 먹고 한 시간 이상 지나서 먹는 게 좋다. 청어나 바나나, 맥주, 치즈, 효모제품, 간, 적포도주 등 '티라민' 성분이 든 음식물은 'MAO 저해제'가 주성분인 고혈압 치료제(파르길린)의 작용을 억제시켜 고혈압이나 뇌졸중을 일으킬 수도 있어 조심해야 한다. 또 고혈압 치료를 위해 이뇨성 혈압강하제를 복용하는 경우 염분을 체외로 배설해 혈압을 낮추기 때문에 음식을 짜게 먹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시금치 등 푸른 잎 야채는 지혈작용을 가지고 있는 비타민 K를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쿠마린계의 항응고제인 '와파린'을 복용하는 경우엔 약 효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 갑상선기능저하증에 사용되는 '티록신' 제제도 화학적으로 요오드를 함유하는 구조를 하고 있어 '치오옥사졸리딘' 성분이 든 양배추와 함께 먹으면 요오드 흡수를 방해한다.

◆약, 언제 먹는 게 좋나

약에 따라 복용 시간이 다르다. 복용 시간에 따라 약효가 달라지거나 위장관 등에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상당수 약들의 경우 소화관 점막 보호 등을 위해 식후에 먹도록 하고 있지만 반드시 식전이나 정해진 시간에 먹어야 하는 약도 있다. 예를 들어 위염 등을 치료하기 위해 먹는 위장관 운동제의 경우 식전에 복용해 위를 움직여 준 뒤 식사를 하는 게 좋다. 또 아마릴 등 일부 당뇨약도 식전에 미리 먹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고지혈증 치료제의 경우 저녁식사 후 오후 8, 9시쯤이나 자기 전에 복용해야 효과가 좋다. 반면 유산균제의 경우 위산이 파괴될 수 있기 때문에 식후에 먹어야 한다. 약은 식전, 식후 바로, 식후 30분, 저녁 식사 후, 자기 전, 정해진 시간 등 약사의 복약 지도대로 복용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도움말·김귀희 대구시약사회 건강식품위원장

※안전한 약 사용법

1. 약 복용을 가능한 한 피한다.

2. 복용 중인 모든 처방약, 일반약, 허브, 영양제 목록(약력카드)을 만든다.

3. 중복 투약 시 상호작용 여부를 의사 또는 약사에게 물어본다.

4. 약 설명서에 적힌 복용법, 경고문, 잠재 부작용을 꼼꼼히 읽는다.

5. 약에 대해 상담해 줄 수 있는 단골의사나 단골약국을 만든다.

6. 의사와의 진료 약속이나 검사 권고를 잘 따른다.

7. 복용 중인 약이 의사가 알려준 대로 약효가 있는지 확인한다.

8. 약효가 없으면 다른 약이나 요법을 처방해 달라고 요청한다.

9. 부작용이 생겼다고 느끼면 단골의사나 약사에게 곧바로 연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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