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박깜박하신다고요? 보건소에 오세요."
김모(69·수성구 지산동)씨는 2005년 뇌졸중을 앓고 난 뒤 후유증이 생겼다. 짧은 거리도 혼자서 갈 수 없을 정도로 다리가 불편해졌다. 최근에는 기억도 흐릿해져 어제 본 사람도 잘 알아보지 못하고 날짜나 장소 등도 분별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의 옆에는 항상 부인이 붙어다닌다. 밥을 먹여주고 대·소변까지 받아내고 있다. 그러나 형편이 넉넉지 않아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소리없이 다가오는 황혼의 적(敵) 치매. 빠르게 진행되는 노령화 시대에 치매가 개인에서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발병하면 호전되기가 쉽잖은데다 치료비 등으로 가정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 정부는 전국 100여개 보건소를 위주로 치매 발견·예방 사업에 나서고 있다.
대구에서는 중구와 수성구보건소가 지난해부터 치매를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해 중증치매로의 진행을 막는 '치매조기검진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보건소를 방문한 지역내 60세 이상 노인들이나 경로당, 노인복지관 등의 노인들에게 무료로 치매 여부를 판별해주고 조기치료를 유도하고 있다.
치매가 의심되는 노인은 병원에 의뢰해 1단계로 전문의의 진찰과 치매신경인지검사, 치매척도 검사를 받고 정밀검진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혈액검사, 뇌영상촬영 등을 실시해 치매 여부와 정도를 가려낸다.
지난 한 해 동안 중구와 수성구보건소는 노인 1천421명에 대해 간이 치매검진을 실시, 이중 치매가 의심되는 239명을 정밀검진했다. 그 결과 경도인지장애(해마다 추후 관리가 필요한 경우) 74명, 알츠하이머·파킨슨·혈관성 등 45명을 치매로 진단했다. 그러나 치매는 남앞에 드러내기 꺼리는 병이어서 상당수 치매 환자가 조기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수성구보건소 우현숙씨는 "'노망'으로 치부하며 숨기려는 인식이 여전한데다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이 없으면 치료를 미루는 경향이 있다"며 "조기에 치료하면 중증으로 진행되는 것을 지연시킬 수 있고, 가족의 부담도 덜 수 있다"고 했다.
앞으로는 치매조기검진의 대상이 훨씬 확대된다. 정부는 최근 '치매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2010년부터 60세 이상 노인은 누구나 전국 보건소에서 무료로 치매조기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현재 차상위계층까지로 제한돼 있던 무료 검진 대상도 소득과 상관없이 60세 이상 모든 노인으로 넓히기로 했다. 2007년 3.7%에 머물렀던 치매 조기검진율을 2012년까지 60%까지 대폭 높이고, 치매의료관리비율도 34%에서 70%까지 높일 예정이다.
우리나라의 치매환자는 현재 전체 노인의 8.3%인 40만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으나 의료기관을 통해 적극적 치료를 받고 있는 경우는 32%에 그치고 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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