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네 어른들 큰 사랑이 어린이도서관 열었다

'행복한 어린이도서관 아띠' 기적의 탄생 화제

▲ 동네 주민들이 힘을 합쳐 만든 \
▲ 동네 주민들이 힘을 합쳐 만든 \'행복한 어린이도서관 아띠\'. 지난 2일 개관을 앞두고 학부모들이 도서 정리에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정운철기자

대구 동구 반야월에 아담한 어린이도서관이 생겼다. 변변한 도서관 하나 없다며 투정을 부리곤 했던 아이들이 웃고 난리가 났다. 이 도서관은 주민들이 1년도 훨씬 전부터 직접 기획해 십시일반한 뒤 모자란 부분은 이웃들에게 적극 모금활동을 벌여 만들었다. 동네 아이들에게 공모한 도서관 이름도 '아띠(친한 친구)'다.

지난 2일 오후 동구 신기동 한 건물 2층. 아이들 책 정리에 정신없던 이은희(43·여)씨는 "순수하게 주민들만의 힘으로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을 만들었다"며 "책에 파묻혀 정신없이 독서에 열중할 아이들을 상상하니 그 상상만으로도 기쁘다"고 웃었다.

반야월의 '행복한 어린이도서관 아띠'의 탄생은 그야말로 기적적이다. 지난해 5월 5일 어린이날 행사 때문에 동네 공원에 모였던 학부모 몇몇이 "도서관을 만들면 어떨까"라는 제안을 했다. 4명이 그날부터 기금을 모았다. 학부모들은 설문조사 아르바이트에 함께 참여해 돈을 모았고, 포털사이트의 퀴즈를 풀어 돈을 보태고 해 몇백만원을 만들었다. 중고차판매업을 하는 한 학부모는 이윤을 모두 보탰다. 그렇게 소문이 돌자 지난해 말에는 동참하는 학부모가 20여명으로 늘었다.

"어린이도서관을 만든다는 소문이 돌자 의사선생님, 합기도 관장님, 어린이집 원장님도 모두 돈을 보태고 싶다고 했어요. 돈으로 못 주면 책을 주겠다는 주민들도 굉장히 많았어요. 기부행사로 돼지저금통을 나눠줬는데 1천개가 넘게 분양됐어요."

다시 돌아온 300개의 돼지저금통에는 동전이 꽉 차 있었다. 그 이후 후원행사로 '삼겹살 데이'를 열려고 하자 동네 삼겹살집 주인이 하루 동안 공짜로 식당을 빌려줬다. 그날 행사에서 650만원의 후원을 받았다. 그동안 이런저런 도움을 준 사람들이 1천명이 넘었다. 보증금 500만원의 30평 공간을 임대했다. 장판, 도배도 동구 청솔도배학원 학원생들이 공짜로 해줬다.

수현이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학부모는 "풀뿌리 자치운동이 우리 동네 어린이도서관부터 시작되었다. 엄마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니까 모든 일들이 기적같이 술술 풀렸다"며 "리모델링 공사를 하려고 하자 동네 연탄가게 아저씨와 가스배달 아저씨가 트럭을 내줬고, 주말마다 아저씨들이 나와 벽을 함께 허물어주고 일을 도왔다"고 했다.

평일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을 여는 아띠도서관의 운영은 모두 자원봉사로 이뤄진다. 대학 도서관학과를 나온 한 학부모가 사서팀장을 맡았다. 3천200권의 도서에 신간도 600권이나 새로 구입했다.

김영숙 사무국장은 "동구에서 아양교를 건너면 도서관 하나 없어 주민들이 효목도서관이나 동부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하려면 큰 발품을 팔아야 했다"며 "주민들이 운영하니까 갖가지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다. 아이들이 편하게 드나들 수 있도록 효율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아띠도서관은 주민들의 열렬한 성원속에 4일 개관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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