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암칼럼] 대구 市長님의 특강

시민과 얼굴 맞대고 비전 공유/침잠된 大邱에 소통의 장 마련

최근 인터넷에 떠 있는 '세계인이 본 미스터리 한국'이라는 풍자는 한국인의 부정적인 그늘과 희망적인 면을 自省的(자성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대통령이란 사람이 수백조의 국가 부채를 지우고 물러난 뒤 큰소리치고 다녀도 아무런 제재도 없이 오히려 따라다니는 사람이 많은 이상한 관용을 가진 민족' '인터넷 접속 세계 1위를 차지하면서도 공부 검색보다는 악플로 사람이나 죽이는 미스터리 종족' '교통 사고율, 청소년 흡연, 양주 수입량, 자살률 등 부끄러운 타이틀에서는 3위권 밖으로 밀려나 본 일 없는 민족' '조기영어 사교육비 세계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면서도 영어회화 실력은 100위권 수준의 나라'…. 이런 풍자는 부정적 시각으로 비쳐지는 우리의 모습이다.

그러나 반대로 'IMF를 당하고도 2년 남짓만에 위기를 벗어나 버리는 유일한 나라' '국내리그 때는 축구장이 썰렁하면서도 월드컵 때는 700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단숨에 4위를 해내는 미스터리 종족' '새벽부터 밤 12시까지 6년을 공부해대는 엄청난 인내력의 청소년들이 버티고 있는 민족' '100위권 영어실력인데도 세계 우수대학 1등 자리를 휩쓸고 다니는 종족'…. 이런 풍자들은 긍정적 시각으로 본 한국인이다.

그런 양면 시각으로 바라봤을 때 우리 대구와 대구 시민들은 어떤 모습으로 보아야 할까?

얼마 전 영남 CEO 포럼 모임 특강에서 김범일 대구시장은 대구와 대구 시민에 대해 그늘과 양지의 양면적 자화상을 지목했다.

"세계적인 선진도시는 지리적 접근성이 중요한데 한국은 동쪽 골목 끝(Far East)나라고 대구는 골목 끝나라 중에도 물류 매력이 없는 내륙도시다. 그나마 세계적 규모의 국제공항이나 공장 지을 땅도 안 남아 있다. 잘나가는 도시들은 多文化(다문화), 多人種(다인종) 도시들인데 대구는 끼리끼리만 모여 바깥에서 벌어 오는 게 아니라 우리끼리 벌어먹고 사는 '순종' 도시 구조다. 시민의식은 더 글로벌화돼야 하는데 '우물 안의 황소' 같다. 황소 같은 장점과 DNA를 가졌지만 의식은 우물 안이란 뜻이다. 시 부채는 2조7천억 원이나 되는데 GRDP는 꼴찌, 조그맣던 경기도 화성시는 23만 인구가 75만이 돼 가는데 우리는 제자리 수 인구에다 앞으로 중국의 부상으로 경제권은 계속 서해안으로 이동된다. 정치적으로도 15년간 야당도시로 구박받다 보니 국비 지원은 쥐꼬리였다…." 부정론이다.

그 말만 들으면 대구는 희망이 없는 도시다. 그러나 시장은 희망론을 이렇게 호소했다.

"국비지원액 증액을 위한 정치적 구도 변화가 왔다. 올부터 늘고 있다. 문화전통이 잘 살아 있는 보수도시의 저력으로 국제도시의 과제인 도시 디자인이나 국제행사 유치에는 앞서갈 수 있다. 경제자유구역도 만들었다. 큰 틀로 보면 경제 개발이 늦은 탓에 도시개발 구도가 덜 손상된 점은 새로운 첨단미래도시 설계에는 유리하다…."

뜬금없이 웬 시장 특강 얘기냐고 할지 모르나 시장과 시민들이 Face To Face로 만나 반성할 건 반성하고 장밋빛이라도 긍정적 희망을 공유하는 것은 필요하고 바람직한 일이며 지금이 그런 시점이란 생각에서다. 시장과의 만남과 대화가 침잠된 우리 대구에 꿈을 깨우고 희망을 지피는 공론의 계기는 된다. 시장의 특강 기회가 그다지 많은 것도 아니다. 4년 임기 내 이틀에 한 번꼴로 특강만 다닌다 해도 700여 차례, 30여만 명도 얼굴 맞대기 힘들다. 돌아앉아 시장 돈 벌어오기만 기다리며 핀잔이나 던지기보다 시장이든 누구든 서로 자주 만나 가슴을 열고 듣고 말하고 격려하며 소통해 보자.

외자유치든 경제회생이든 대구의 미래는 시장에게만 떠맡겨 되는 게 아니라 시민의 인내와 합심, 그리고 '우물 안의 황소'에서 벗어나는 의식의 세계화로부터 도모돼야 한다. 이제 대구도 패배의식 속의 헐뜯기나 반목보다는 긍정적 인식으로 상생하는 소통의 도시가 돼야 살아남을 수 있다.

金廷吉 명예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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