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부모 생각] 책 읽어주는 엄마가 되자

늦더위에 가을임을 느낄 수 없더니 며칠 사이 부쩍 서늘해져 가을임을 실감케 하는 요즘이다. 가을 하면 떠오르는 말이 '독서의 계절'. 날씨도 좋고 여러 가지 행사도 많아 바깥놀이의 유혹이 어느 때보다 강한 계절이지만 한번쯤 휴일 오후에는 온 가족이 함께 책을 읽어보는 시간을 갖는 것은 괜찮을 듯 싶다.

문득 우리 아이의 첫 책을 고를 때가 언제쯤인지, 무슨 책을 고를 것인지를 고민하던 것이 기억난다. 당시 아기가 6개월 정도만 되면 전집으로 책을 사주는 자녀교육에 열의(?)가 있는 엄마들이 있었다. 처음엔 창작동화를 읽히고 그 다음엔 무엇을 읽히는 등 책을 구입하는 순서까지 정해서 말이다. 출판사의 전략에 따라 아이와 상관없이 책을 사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필자는 꿋꿋하게 그런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아이가 다섯 살쯤 창작동화 전집을 사줬다. 단행본은 몇 권 있었어도 그때까지 책보다 장난감을 더 많이 사준 것 같다. 처음으로 전집을 구입했을 때 읽지 않으면 아깝다는 생각에 정말 열심히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었다. 아이가 책을 읽어 달라고 하면 몇 권이고 상관없이 읽어줬다. 책읽기를 늦게 시작한 탓인지 아이는 스스로 읽기보다는 엄마가 읽어주는 것을 더 좋아했다. 어느 때는 읽어 주지 않으면 스스로 책 한 권을 보지 않을 때도 많았다.

처음에는 스스로 읽게 되었는데도 혼자서 읽기보다 읽어주는 것을 더 좋아하는 아이가 걱정스러웠다. '언제까지 책을 읽어 주어야 하나, 지금은 읽어 줄 수 있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이 될 때까지 읽어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지….' 이런 생각들이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럴 때쯤 한 강의를 듣게 되었는데 누군가가 "언제까지 아이에게 책을 읽어줘야 하나요"라고 질문을 했었다. 대답은 너무나도 간단했다. "아이가 원할 때까지 읽어주세요." 당시엔 이 대답에 공감할 수 없었다. 아이가 하루빨리 스스로 책 읽는 습관을 익혀야만 할 것 같았고 책을 읽어주니까 스스로 더 읽지 않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생각이 바뀌어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이 무척 즐겁다. 아이가 원한다면 언제까지라도 읽어주고 싶고 아이가 읽는 책은 다 알고 싶다. 아이가 어떤 부분에서 기뻐하고 어떤 부분에서 슬퍼하며 어떤 책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아이와 함께 공감을 나누고 싶다. 그러면서 엄마도 아이의 책 속에서 많은 것을 새롭게 느끼고 배운다.

아이가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 한글을 깨우치게 되면 엄마들은 책 읽어주기를 멈추고 혼자서 읽기를 원해 무조건 읽으라고만 한다. 사실 여러 여건상 책 읽어주기가 힘들기도 하다. 필자의 경우, 아이가 혼자라 지금까지도 읽어줄 수 있었고 앞으로도 가능할지 모른다. 그래도 아이와 함께 무언가를 같이 느낀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지금은 예전처럼 많은 책을 읽어주지는 않지만 아이가 잠자기 전 꼭 함께 책 한권을 읽는다. '이 밤 아이가 꿈속에서 책 속 주인공을 만나지는 않을까'라는 심정에서 말이다.

천연정(동변초교 1학년 정민재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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