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미셸 리

요즘 미국 교육계에서 최고의 화제 인물은 한국인 이민 2세이자 미국 수도인 워싱턴DC의 교육감인 미셸 리다. 뉴스위크나 워싱턴 포스트, CNN 등 주력 언론들은 하나같이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에 주목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워싱턴의 파격적인 공교육 개혁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인들의 이목은 '과연 그녀의 교육 개혁이 수렁에 빠진 워싱턴의 공교육을 구해 낼 수 있을 것인가'에 쏠려 있다.

지난해 9월 그녀가 처음 부임할 당시 워싱턴은 수도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학력 평가 결과가 전국 최하위권이었다. 교육당국은 교육관료주의란 심각한 병에 걸려 있었다. 저소득층이 밀집한 공립학교 교사들은 학생보다 제 밥그릇 챙기기에 바빴다. 학생들은 그런 교사에게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워싱턴은 연간 학생 1명당 지원예산이 1만3천 달러에 달하면서도 대표적인 공교육 실패지역이란 오명을 뒤집어썼다.

부임하자마자 그녀는 메스를 들이댔다. 학생 수가 감소하고 성적이 부진한 23개 교는 폐쇄라는 극약 처방을 받았다. 학교 운영에 문제가 있다는 평가를 받은 36명의 교장은 해고됐다. 교육청에서도 121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제 그녀의 칼끝은 무능 교사를 향하고 있다. 교원노조와의 협상에 연연하지 않고 실력 없는 교사를 퇴출시키려는 개혁안을 밀어붙이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학생 성적에 따라 담당 교사의 업무성취도를 평가하고 점수가 낮은 교사는 해고된다. 반면 평가 결과가 우수한 교사에게는 연봉 10만 달러 이상을 보장하겠다는 당근책을 제시했다. 무능 교사로 퇴출의 길을 걷든지 우수 교사로 고액의 연봉을 받든지 택일하라는 것이다.

교원노조의 반발은 극심하다. 노조의 힘이 얼마나 막강한가에 대해 미국에서는 다음과 같은 예를 든다. 노조비 횡령으로 6년6개월 형을 받은 전 워싱턴 교원노조 위원장 바바라 블록의 횡령액이 460만 달러에 이른다는 사실이다. 그런 노조에 그녀는 당당히 맞서 있다.

교직 경력 3년인 37세의 한 여교사를 교육감으로 발탁한 인물은 갓 시장에 뽑힌 에이드리언 펜티였다. 그와 그녀의 도박이 성공할 수 있을는지는 비슷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 이쪽에서도 큰 관심거리다.

정창룡 논설위원 jc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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