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동 장애인 10쌍의 '아름다운 합동 결혼식'

▲ 합동결혼식을 마친 장애인 부부들이 신혼여행길에 동행할 꽃단장한 자동차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 합동결혼식을 마친 장애인 부부들이 신혼여행길에 동행할 꽃단장한 자동차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가을 햇살이 화사한 7일 오후 꽃단장한 승용차 10대가 안동시청 마당을 줄지어 나섰다. 순백의 승용차에 가을 햇살이 내리고 살포시 열린 차창 속 수줍은 새색시의 환한 미소가 더없이 환했다.

부부의 인연으로 새로운 인생을 출발한 장애인 10쌍이 합동결혼식을 마치고 제주도 신혼여행길에 오른 것. 결혼식에 참석했던 가족과 이웃들은 신혼여행을 나서는 이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고 또 흔들며 축복했다.

(사)경북도장애인재활협회와 안동병원 사회사업단이 이날 결혼식을 마련해 서로 의지하고 힘이 되어주며 조금씩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인생의 동반자를 맺어준 것.

가족과 친지 및 자원봉사자 등 1천여명의 축하객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합동 결혼식을 통해 부부가 된 10쌍의 장애인들은 신체의 부자유스러움을 극복하고 재활과 자립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선언했다.

장하숙 재활협회장은 주례사를 통해 "걷지 못하는 짝에게 다리가 되어주고 듣지 못하는 동반자에게는 귀가 되어주듯 두 사람이 하나되어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길 바란다"며 새로운 출발을 축하했다.

특히 이들은 지난 4월 안동병원 사회사업단이 마련한 '장애인 맞선대회'에서 만나 200여일간 짬짬이 만나고 서로를 알아가면서 부부의 결실을 맺어 더욱 소중한 인연이라며 주위의 부러움을 샀다.

신랑 조형재(47·지체장애 4급)씨는 자신보다 더 심한 장애를 갖고 있는 유경래(36·지체장애 2급)씨를 동반자로 만나 "이제 내가 아내의 다리가 되어 줄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농사일을 하며 살아온 조씨는 "신혼여행을 다녀오면 곧바로 아내를 서울 병원에 입원시켜 치료를 받게 할 것"이라며 "현재 살고 있는 예천을 떠나 안동에서 정착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주위 사람들이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안동병원 권부옥 사회사업단장은 "장애인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인식을 개선해 이들이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제주도 신혼여행에서 못다한 행복을 맘껏 누리고 돌아오길 바란다"고 박수를 보냈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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