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제]승용차요일제

"기름값 절약해서 좋고, 교통난 해소돼서 좋고, 대기오염 걱정까지 덜어주고…."

자가용을 가진 대구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승용차요일제가 내년 1월 1일부터 도입된다. 서울, 경기도에 이어 전국 세번째다. 사상 초유의 고유가시대를 맞아 환경과 에너지와 교통의 세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기 위한 제도지만 성공 여부는 아직 장담할 수 없다.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하지만 정작 시민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승용차요일제란

'승용차요일제'는 자율이라는 점에서 기존 부제와 차이가 있다. 차량 끝자리 번호(0∼9)나 차량 전체를 대상으로 운휴일을 강제 지정하는 부제와 달리 운전자가 직접 운휴일을 선택할 수 있는 것. 평일(월∼금) 가운데 특정 요일의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승용차를 운행하지 않는 제도로,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 당시인 2003년 7월 처음으로 도입했다. 경기도의 경우 이달 1일부터 승용차요일제에 돌입해 서울로 출근하는 차량이 많은 14개시에서 먼저 적용했고, 시행 대상은 10인승 이하 비영업용 승용·승합차로 한정했다. 대구 승용차요일제 또한 서울·경기도 방식을 그대로 따를 예정.

어떻게 시행하나

'승용차요일제'는 무선전자태그(RFID) 시스템에 기반하는 제도다. 참여를 희망하는 차량은 반드시 무선전자태그를 부착해야 승용차요일제에 따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대구시는 무선전자태그를 부착한 참여차량에 대해 자동차세 5% 감면, 공용주차장 주차료 20% 할인, 거주자우선주차제 우선권, 교통유발부담금 30% 감면 같은 인센티브를 내걸고 있다. 시 관계자는 "기름값을 깎아주는 주유소를 비롯한 민간 참여 업체도 모집하고 있다"며 "결제 할인, 무이자 할부 같은 혜택을 줄 수 있는 카드사와도 제휴해 더 많은 인센티브를 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무선전자태그는 승용차요일제 준수 여부를 확인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도로 곳곳에 무선전자태그를 인식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설치해 연간 5회 이상 적발되면 인센티브를 중단 또는 취소하는 것. 대구의 경우 연말까지 시내 주요도로 30곳에 무선전자태그 인식 시스템을 설치할 계획이며 여기에 필요한 재원만 12억원에 달한다.

왜 승용차 요일제인가

'승용차요일제'는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행정안전부는 이르면 내년부터 전국 모든 지자체에서 이 제도를 시행할 계획. 대구가 한 발 먼저 승용차요일제를 도입하면 그만큼 제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굳이 제도 효율성이 아니더라도 승용차요일제를 서둘러 도입해야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대구 도로 1%를 늘리는데 필요한 예산은 무려 2천억원에 달한다. 급증하는 차량대수에 맞춰 도로를 늘리다 보면 천문학적 재원에 안 그래도 빈약한 대구의 재정이 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승용차요일제는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이는 강력한 수단이기도 하다. 예전엔 하루 80만명선에 불과했던 대구 대중교통 이용자는 버스와 버스, 버스와 지하철간 무료 환승이 가능한 준공영제 시행으로 120만명대까지 늘어났다. 승용차요일제는 이 같은 대중교통 이용을 더 활성화해 교통혼잡비용을 줄이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이 제도는 환경과 에너지 비용을 줄이는 데도 그만. 경기도 경우 승용차 50만대가 요일제에 참가하면 통행량이 3.62% 감소하고 이산화탄소 역시 19만t이나 줄어들어 연간 6천860억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승용차 요일제 성공할까

지난해말 현재 대구의 승용차는 64만여대로, 대구시가 참가하는 승용차요일제 참가 차량은 20만대 수준이다. 대구시 자체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79.4%가 요일제를 찬성했고, 68.9%가 직접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데 따른 것. 여기에 승용차 이용을 줄이기 위한 교통량 감축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기업체와 공공기관도 크게 늘어나는 분위기. 대구시가 7월 31일까지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으로부터 교통량 감축이행계획서를 접수한 결과 145개 업체가 230개 프로그램에 참여를 신청해 지난해 111개 업체, 135개 프로그램에 비해 70%나 늘어났다. 교통량 감축 프로그램은 승용차요일제를 비롯, 2부제·주차장 유료화·대중교통 이용의 날 지정·시차출근제·자전거 이용 등으로 다양하다. 시 관계자는 "사상 초유의 고유가 시대를 맞아 에너지 절약 분위기가 확산된 때문"이라며 "각종 인센티브와 함께 기존 요일제와 다르게 스스로 운휴일을 정할 수 있는 새 승용차요일제가 도입되면 자연스레 참여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승용차요일제의 성공을 장담하기엔 아직 이르다. 가장 먼저 승용차요일제를 도입한 서울의 경우 지난해말 현재 전체 승용차의 33.2%만 요일제에 참여하고 있다. 도입 5년이 지난데도 제도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특히 2006년 무선전자태그 도입 이후 요일제를 준수하지 않아 자동 퇴출당하는 사례가 급증하는 등 운전자 의식 수준에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대구를 비롯한 전국에 승용차요일제를 제대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자동차세를 더 감면해주고 보험료와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 같은 다양한 혜택을 추가하는 등 국가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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