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철우의 공연 찍어듣기] 시민 눈높이에 맞춘 음악회

▲ 곽승
▲ 곽승

대구시립오페라단(단장 김성빈)은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한 행사로 도니제티의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를 내일까지 공연한다. '가장 비극적이지만 그 비극마저도 아름다운 오페라' '죽음' '광란의 아리아'로 유명한 작품이다. 뛰어난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자주 공연되지 않기에 놓치기 아까운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이 작품은 내면적 고통, 죽음과 광란이란 소재가 음악적으로 포장되어 근본적으로 아름다운 존재였을 법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매력을 담고 있어서 필자가 개인적으로 사랑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오페라의 매력은 이렇게 '예술이란 가면을 뒤집어쓴 삶의 곡해'에 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삶의 곡해, 사랑의 오류는 10월 9일부터 11일까지 열리는 계명아트센터 개관기념공연 작품, 푸치니의 사랑의 3대 오페라 '나비부인' '라 보엠'과 얼음 같은 차가운 사랑의 대명사 '투란도트', 그리고 이어지는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사랑의 묘약' '라 트라비아타' 등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다양한 모습으로 포장되어 있다.

대구 음악계의 10월은 '오페라의 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페라 애호가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를 만도 하지만 오페라를 즐기기 위해서는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싸고 좋은 자리에서 감상하기 위해서는 조기매표의 할인혜택에 관심을 가져 볼 만도 하고, 계명아트센터 개관기념공연같이 최고의 출연진으로 무대에 올려지면서도 무료인 공연은 놓치기 아까운 선물이 되기도 한다.

오페라의 뜨는 분위기 때문에 자칫 묻혀버릴까 하는 조바심을 지울 수 없는 한 연주회가 있다. 오는 10월 21일(화) 오후 7시 30분에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대구시립교향악단의 신임 상임지휘자 취임기념음악회. 이번 달부터 대구생활을 시작한 세계적인 지휘자 곽승(郭昇)은 이 음악회를 통해 시민들과 같이 호흡하며, 음악적 즐거움을 선물하기 위해 글링카의 '루슬란과 류드밀라' 서곡, 보로딘 오페라 '이고르 공' 중 '폴로베치안 무곡', 알비노니 현과 오르간을 위한 아디지오 사단조,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제5번 마단조 작품64 중 제4악장과 '1812년' 서곡, 주페 '경기병' 서곡, 오펜바흐 '천국과 지옥' 서곡 등 눈높이를 낮춘 경쾌한 프로그램으로 대구생활의 새 막을 열고 있다.

견고하고 균형 잡힌 음악성의 소유자로서 음악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자, 진지한 탐구자로 정평이 나 있는 그는 이미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대구시향의 실력은 교육도시, 공연문화도시 대구란 위상에 비해 뒤처지는 것이 사실이다. 난 집을 고칠 것이다.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우선 연습량을 대폭 늘리고, 단원들의 음악을 정확히 듣고 꼭 필요한 코멘트를 해 줄 것이다. 그 이후는 그들의 몫이다. 그들은 이미 프로다.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에 대한 신뢰감에 기대어 변화할 대구시립예술단 전체의 동반 발전과 총체적, 긍정적 미래를 기대해 본다.

이철우 작곡가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