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해보이는 체구에 덥수룩한 수염과 부리부리한 눈매에 걸맞지 않게 김호진(48) 민족도장 관장의 몸놀림은 조용했고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그러나 그는 지난 3일 (사)세계불교태권도연맹 주최로 경기도 고양시에서 열린 2008 국제왕중왕격파대회의 장년부 주먹 격파 부문에 출전, 우승을 차지하며 '격파왕'이라는 명성을 재확인했다.
김 관장은 오로지 무예를 향한 외길을 걸어왔다. 1970년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집안에 모래주머니(샌드백)를 들여놓은 이후부터다. 김 관장은 "때로 복잡한 세상사에 지쳐 산 속에 숨어버리고 싶기도 했지만 우리 무예에 대한 사랑과 이를 널리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리 무예에 대한 관심은 여러 무예를 배우는 계기가 됐다. 태권도 7단인 김 관장은 수박도(6단)에 능할 뿐 아니라 택견 인간문화재인 정경화 선생으로부터 택견(4동)을 전수받았다. 일본에 건너가 극진가라데를 창시한 고 최영의 선생에게서 지도를 받기도 할 정도로 새로운 것을 찾아다니며 배웠다.
하루에 천 번씩 나무를 치며 손날을 단련하고 6년째 매일 108배로 허리와 하체 운동을 한다. 지루할 틈도 없다. 매일 부족함을 느끼기에, 나이 마흔이 되어서야 무예를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기에 멈출 수가 없다는 것이 김 관장의 설명. 순발력은 젊은 시절만 못 해도 한 번에 내지를 수 있는 힘은 줄지 않았다.
김 관장은 지역 태권도 고단자들의 수련 모임인 무사회에서 회장직도 맡고 있다. 신동규 대사범 등 9단 18명을 포함한 회원 70여명과 함께 매월 팔공산과 회원 도장을 순회하면서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덕분에 무사회는 내로라하는 무도인 700여명이 모여 격파 실력을 겨룬 3일 대회에서도 큰 성과를 올렸다.
이완욱(57) 태권아카데미 관장은 중년부 주먹 격파 부문에서 1위, 손날 격파 부문에서 2위를 차지하면서 태권도 경기인 출신은 격파와 거리가 멀다는 인식을 당당히 깨트렸다. 또 서병대 경주 우방태권도장 관장, 여상흠 울산 건강한태권도장 관장은 김 관장과 팀을 이뤄 단체전에 출전, 22개 팀 가운데 3위에 올랐다.
김 관장은 약 3㎝ 두께의 붉은 격파용 벽돌을 한 번에 11장이나 깨트려 장년부 주먹 격파왕이 됐다. 두꺼운 손에 감긴 붕대는 그로 인해 남은 영광의 상처. 그래도 김 관장은 쉬지 않고 관원들을 가르친다. "자기 이름을 걸고 어떤 길을 가든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해 살라"고 제자들에게 말한 것을 스스로도 실천하기 위해서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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