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집안에서만 노는 아이들과 떠나보자

어느덧 시월 중순, 날짜는 가을 속으로 치닫고 아침저녁으로 코끝에 와닿는 공기는 제법 가을 같지만 한낮엔 아직도 얼굴을 찡그릴 정도로 햇볕이 따갑다.

우리 집 마당에 감나무, 라일락도 아직 선명한 초록빛을 띠고 있고 추석이 지난 지 꽤 됐지만 감 맛은 아직 보질 못했다. 적당히 비도 와주고 햇볕도 도와주고 해야되는데 올해 가을은 감 익기가 유난히 더딘 것 같다.

그래도 자연을 숨결 삼아 사는 나무들은 우리보다 민감해 알아서들 제때제때 옷을 갈아입어 준다. 싸늘한 공기가 느껴지는가 하면 갖가지 색깔로 자태를 뽐내며 사람들을 자연 속으로 불러들인다. 우리 조상 대대로 '단풍놀이'라고까지 이름 지어가며 눈으로 몸으로 맘껏 자연을 즐겼다. 젊은 사람들 생각엔 나뭇잎이 시들어 가는 걸 놀이라고까지 하며 힘들여 산에 오르고 할 게 뭐 있냐 할지도 모른다. 사계절을 가진 우린 그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모르는 것 같다. 하지만 예로부터 풍류라고 하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우리 어른들께선 그 절기가 가져다 주는 작은 행복을 특유의 여유로움으로 하나하나 놓치지 않았던 것 같다.

인위적으로는 그려낼 수 없는 색들, 그 형형색색이 산 위에 흩뿌려진 광경은 굳이 전문가적인 지식도 어떤 학술적인 이론도 필요 없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이 주는 선물인 것이다. 그렇게 아름다운 가을을 선물로 받고 나면 몸을 움츠리게 하는 추위도 또 나름의 낭만으로 이겨낼 힘이 생긴다. 이번 주말 운동이라면 질색을 하며 컴퓨터만 파고드는 아들과 방안에서 인형들과 대화 속에 빠져있는 딸과 한 주간의 피로로 낮잠 삼매경에 빠진 신랑을 깨워 가까운 앞산에라도 갔다와야겠다. 행복으로 다가오는 이 가을을 천천히 산을 오르며 느끼고 마음의 여유로움을 배워보는 것도 좋겠다.

남향옥(대구 수성구 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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