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1월 강영식과 트레이드되어 삼성으로 온 신명철은 이듬해 2루수로 풀시즌을 뛴 후 처음으로 한화 이글스와의 준플레이오프 경기에 출장했다. 프로 입단 7년차의 중고참이지만 포스트시즌 경기 출전은 첫 경험이었다.
1차전에서는 공격 첨병인 1번 타자로 중용됐지만 5타수 무안타였고 팀은 완봉패를 당했다. 6대0으로 승리한 2차전에서는 9번 타자로 나서 세 번째 타석에서 첫 안타를 기록했다. 최종 3차전에서는 2번 타자로 나서 1회 볼넷으로 나간 박한이를 1루에 두고 흔들리던 투수 세드릭에게 볼카운트 1-3에서 눈높이의 볼을 연거푸 헛스윙하면서 삼진으로 물러났다.
초반 제구 난조로 고전하던 세드릭이었기에 이 결과는 경기 흐름에 큰 영향을 끼쳤다. 침착하게 볼넷을 골랐다면 이 상황에서는 안타보다 나은 볼넷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주도권을 쥘 수도 있었던 경기는 끌려가는 흐름이 됐고 뒤늦게 9회 솔로홈런을 터트렸지만 이미 의미를 잃은 후였다.
이처럼 대량 득점의 뇌관이 될 수 있어 2번 타자에게는 순간순간 상황을 간파하는 능력이 참으로 중요한 것이다. 조동찬은 2번 타자로 출장해 2대4로 뒤진 7회 선두타자 박한이가 삼진을 당한 후 투스트라이크에서 강영식이 유인구로 던진 볼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자 피하지 않았다.
아쉬움이 컸던 강영식은 곧바로 흔들렸고 양준혁의 동점 투런 홈런으로 이어졌다. 경기의 흐름이 바뀌는 순간이었고 결국 조동찬은 결승타까지 치면서 3차전 MVP가 됐다. '시나리오가 없는' 야구라는 영화는 조연이라도 자신의 역할을 소화하기에 따라 명작을 만드는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최종문 대구방송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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