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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철기 주물가마 첫 복원

▲ 한반도 철기문화 형성의 토대가 됐던
▲ 한반도 철기문화 형성의 토대가 됐던 '무질부리(주물)' 가마가 대구에서 처음으로 대구시 동구 덕곡동 팔공산 송광매 기념원에 복원돼 오는 18일 가마 점화식이 열린다. 점화식을 앞두고 관계자들이 막바지 점검에 한창이다. 권정호 전문위원

"무질부리(주물)는 조선왕조 이래 천대를 받아 왔지만 나라가 부강하기 위해서 쇠는 필수였습니다. 국가가 부강했던 통일신라 시대의 찬란한 철기문화를 재현해야 할 때입니다."

한반도 철기문화 형성의 토대가 됐던 '무질부리' 가마가 대구에서 처음으로 복원된다. 무질부리 가마는 조선시대까지 철을 만들어내던 곳으로, 가마 점화식은 오는 18일 대구 동구 덕곡동 송광매기념관 앞 마당에서 열린다.

10일 오후 무질부리 가마 복원터는 막바지 손질이 한창이었다. 산비탈에 차례로 복원되는 쇠부리(용광로), 무질부리(주물), 대장간은 쇠를 만들어내는 공정을 그대로 한눈에 보여준다.

가마터 복원 사업을 추진해온 주인공은 권병탁(79· 팔공산 송광매 기념원장) 영남대 명예교수. 그는 지난 8월부터 지금까지 복원공사에 매달려왔다. 권 명예교수는 자료가 거의 남아있지 않던 한국의 전통 공업, 상업, 길쌈, 도자기, 쇠부리, 대구약령시 등에 대한 연구성과로 2005년 학술원상 인문사회과학부문 수상자로 선정됐을 정도로 이 분야에 조예가 깊다. 그는 복권기금 지원사업으로 따낸 1천만원과 사비 3천만원을 털어 가마를 복원하고 있다.

권 교수는 "20여년 동안 동해안 주변에서 쇠부리터가 82군데나 발굴됐는데 한 곳 정도는 복원해 우리의 선진 기술을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시작했다"고 했다. 예로부터 최고 기술자 대접을 받아온 야철장(匠)인 '두두리'가 신분사회가 고착화되는 조선 초기부터 천시되기 시작했지만, 우리의 고대 철기문화는 전세계에 자랑할 만한 문화유산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경주, 울산 등 영남지역 동해안 일대는 철광석의 산지로 '쇠의 메카'라고 불릴 정도로 철을 많이 생산해내던 곳이라는 점도 복원사업에 의의를 더해준다. 한국의 철강산업을 이끌고 있는 포스코가 포항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도 우연이 아닌 셈이다.

그는 "최근까지 대장간 작업을 쇠부리 작업의 전부라고 오인했지만 나중에 보니 쇠부리 작업의 최말단에 속하는 가벼운 한 과정에 불과하다"고 했다. 복원식에서 옛날 방식에 맞춰 숯과 철을 이용해 쇳물을 흐르게 하는 과정도 보여줄 예정이다. 권 교수는 "무질부리 가마터가 개관되면 대구시민들은 우리 조상들이 이룬 철기문화의 정수를 맘껏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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