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기는 독도] 화산분화구 '천장굴'

▲ 화각이 넓은 광각렌즈로 촬영한 동도의 천장굴.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분화구로 지금은 침식되어 파도가 넘나들고 있다. 뒷쪽 섬은 서도다. 전충진기자
▲ 화각이 넓은 광각렌즈로 촬영한 동도의 천장굴.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분화구로 지금은 침식되어 파도가 넘나들고 있다. 뒷쪽 섬은 서도다. 전충진기자

이 나라 이 땅이 무단히 금수강산일까. 북으로는 영산(靈山) 백두산이 있고, 남으로는 한라산이 있다. 그 산 정상마다 똑같이 태초의 분화구가 하늘 못이 되어 천지와 백록담을 이루고 있다. 그 뿐인가. 동으로도 성스러운 섬 독도가 있고, 신비스럽게도 닮은 꼴 화산 분화구가 있다.

동도 꼭대기 헬기장 서쪽 끝은 천길 절벽이다. 둥근 통 모양의 낭떠러지 바닥은 바닷물이 드나들며 흰 포말을 일으킨다. 이름하여 천장굴. 백두의 천지나 한라의 백록담과 같이 화산이 폭발한 분화구가 막혀 생긴 것이다.

이곳도 처음에는 지하수가 솟아나고 빗물이 고인 못이었을지도 모른다. 오랜 세월 파도가 벽을 두드렸기 때문인지, 분화구 동쪽 두 곳이 뚫려 동굴이 되면서 바닷물이 드나들고 있다. 바닥 절반은 몽깃돌 해안을 이루고 물결이 드나들며 절경을 빚어내고 있다.

헬기장 반대편 참억새가 우거진 계단을 오르면 독도 등대로 가는 길이다. 등대길 중간에 눈에 익은 태극기가 있다. 하늘로부터 독도를 노리는 일본에게 이 땅이 분명 한국땅임을 알리기 위해 동도 정상에 새긴 태극기이다.

처음 설치한 것은 1968년 10월 고(故) 박두일 전 울릉경찰서장 시절이다. 당시 일본 비행기가 독도 상공을 자주 날아와 경비대원들이 시멘트와 모래를 등짐으로 져 날라 만든 동판 태극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후 1983년 경비대 시설 개보수 작업 때 다시 콘크리트로 제작되어 지금까지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등대 사무실로 가는 길가에는 해국이 소담스레 피어 있다. 바닷바람은 섬 아래로부터 밀려 올라와 꽃잎을 흔들고는 동도를 넘어 먼 동해로 빠져나간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 뒤에는 6기의 비석이 일렬로 서있다.

독도를 지키다 산화한 허학도(1954년 추락사), 김영일(1957년 추락사), 이이출(1970년 추락사), 김영수(1979년 추락사), 주재원, 권오광(1982년 익사) 등 6위(位)의 경찰과 전경대원의 영령을 기리기 위해 세운 것이다. 이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의 독도가 있는 것이 아닐까.

비석 앞 대형 태극기가 펄럭이는 독도 국기게양대 아래에서 경비대원들은 24시간 무장한 채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대원들은 언제나 고성능 쌍안경을 소지하고 저 멀리 수평선을 응시한다. 그들의 매서운 눈초리에는 털끝만한 독도 도발도 절대 좌시할 수 없다는 굳은 의지가 엿보인다.

등대 건물 바로 앞 국기게양대 옆에는 KT의 대형 통신탑이 서있다. 통신탑은 인공구조물이지만 이미 하나의 독도의 풍경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이다. 위용있는 통신탑 덕분인지 독도에서 휴대전화 통화 목소리는 통통 튄다.

지난달 처음 독도에 와서 신문사로 전화를 하니까 독도특별취재팀장은 "전화 목소리가 너무 또렷하게 잘 들린다"면서 "정말 독도에 들어간 게 맞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그러나 희한하게도 직선거리로 몇 100m에 불과한 서도 넘어 물골 부근으로 가면 휴대전화는 먹통이 되고 만다.

독도 등대는 독도에서도 가장 전망이 좋은 동도 정상에 서있다. 콘크리트로 지은 하얀 3층 건물은 보기에도 산뜻해서 아름다운 독도 풍광 연출에 일조하고 있다. 독도 등대는 1954년 8월 10일 무인 등대로 처음 불을 밝히면서 독도 부근에서 오징어잡이 하는 어선뿐 아니라 멀리 대양을 항해하는 배들의 길잡이가 되었다.

이후 1998년 유인 등대로 바뀌어 6명의 등대원들이 2개조로 나누어 매일 밤 동해를 밝히고 있다. 등댓불은 요즘 저녁 6시에 불을 밝히고 아침 5시 55분쯤 불을 끈다.

포항지방해양항만청 소속인 등대원 6명은 모두 일년의 절반은 가족과 떨어져 이곳에서 손수 밥을 지어먹으며 생활하고 있다. 독도는 경비대원의 노고뿐만 아니라, 하루하루의 일과를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 등대 요원들의 수고에 힘입어 오늘도 우리땅으로 굳건하게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전충진기자 cjje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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