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강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사회복지사가 인간의 발달에 대해 알아야 하는 이유를 적으시오' 하는 리포트를 냈다. 제출한 리포트를 보고 있는데 한 학생이 자신은 시설에서 생활지도원으로 일하는데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옷에 대변을 싸고 그걸 먹고 벽에 바르고 돌아다니면 씻기고 세탁하고, 치매가 있는 노인 분들을 돌보느라 정신이 없기 때문에 인간발달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으며 막연한 학문으로만 느껴진다고 했다. 몇백명의 학생들의 리포트를 받아보았지만 이렇게 '모르겠다!' 라고 대답한 학생은 처음이었다.
나도 20대 중반부터 여성운동을 하면서 내가 여성운동을 하고 있는지, 단순한 실무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았다. 여성운동이 나의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평생 여성운동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운동을 시작했는데 간사시절 단체의 회계를 담당하고 서류와 씨름할 때는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그러면서 어느 날 깨달은 것은 있었다. 수레의 바퀴가 하나만 없어도 수레가 움직이지 않듯이, 내가 하고 있는 역할이 중요하지 않고 사소한 일로 보이더라도 조직을 운영해 나가는데 있어서 어떠한 역할도 다 필요하고 중요한 것이구나! 를 알고 나서는 매일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일들을 받아들이면서 일 할 수 있었다.
시설에서 일하는 그 학생도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고달프고 지치겠지만 잠시 시간을 내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의미를 한 번쯤 생각해 본다면 지금 보다 덜 힘들고 지치지 않으면서 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살아가는데 있어 여유가 없고 힘이 들 때는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의미와 중요성을 간과할 수가 있다. 목적지가 분명하면 힘들고 지쳐도 잘 견딜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왜 그곳을 가야하는지가 분명하지 않으면 가고 있는 이 길이 마냥 힘이 들 수도 있고 처음 가고자 했던 방향을 잃어버리고 목적지와는 정반대의 항구에 다다를지도 모른다.
이 가을! 자신의 삶에 대해 큰 그림을 그리기에 너무 좋지 아니한가? 내가 왜 사는지? 무엇 때문에 사는지?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을 왜 하고 있는지? 어떤 사명을 가지고 살아갈 것인지? 오늘 하루쯤은 하던 일을 멈추고 잠시 일상 속에서 탈출하여 나의 삶의 지도를 그리기 위해 시간을 내어보는 것은 어떨까?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삶의 목적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 큰 지도 속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조윤숙 대구여성의 전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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