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특별기고] 남북은 실천의 시대로 나아가야

"남북은 선언의 시대를 넘어 실천의 시대로 나아가야 합니다. 남과 북은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선언,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 등 그간의 모든 남북 간 합의의 정신을 존중하면서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남북한 당국의 전면적인 대화가 필요합니다."

지난 9월 29일 민주평화통일회의 국내지역회의에서 밝힌 대통령의 개회사 중 일부분이다. 이명박정부의 남북정책의 기조를 밝힌 것으로 큰 의미가 있는 내용이다. 이날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한반도 전체로 옮겨야 함을 강조하면서, 통일은 우리의 목표이자 시대적 사명이며 남북관계는 더욱 생산적이고 실용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북한이 남북한 상생 공영을 위한 대화에 즉각 나설 것을 촉구했다.

올해는 대한민국 건국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북한 역시 정권을 수립한 지 60년이 되었다. 개인의 인생에서 60년이 중요한 단락의 시간이 되듯이 한 나라의 역사에서도 60년은 큰 매듭을 지을 수 있는 시간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2008년은 새로운 통일 시대를 여는 역사적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

베이징올림픽에서 볼 수 있었듯이 중국은 하루가 다르게 거대한 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있고, 러시아도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부활하고 있으며, 일본은 우경군사화를 추구하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를 감안할 때 남북이 힘을 합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 나가야 할 당위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건국 60주년을 맞이한 이 시점에서 남북관계는 새로운 방향을 찾아야 한다. 대통령이 밝힌 것처럼 이제 통일문제는 선언적 차원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행의 단계로 진행되어야 한다. 그 첫 번째 관건이 남북한 간의 전면적 대화 재개이다.

체제와 이념이 다른 남북한 간에는 무엇보다 신뢰구축이 중요하다. 신뢰구축을 위해서는 대화가 필요하다. 남북이 서로 만나서 대화를 나누지 않고서는 서로의 생각이 어떻게 다른지 이해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신뢰를 형성하기도 힘들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새 정부의 대북정책 틀이 바뀌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럴수록 남북 간에 대화가 중요하다. 남북 간의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그동안 남북 간에 이루어진 많은 합의가 남북 간의 대화를 통해 얻은 성과들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난 7월에 일어난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대북지원과 협력의지를 천명했다. 한반도가 분쟁지역이라는 이미지는 남북한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 늦기 전에 남북 간 합의정신의 구체적 이행을 위한 전면적 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무릇 인간관계에서도 그러하듯이 모든 것이 늘 순탄하게 나아갈 수는 없다. 때로는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기도 한다. 그러나 비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지듯이 지금의 남북관계는 새로운 도약을 위한 시련기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 남북 간의 대화단절 기간이 너무 길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대화 단절이 길어질수록 대화 채널을 복구하는 데 어려움이 커질 뿐 아니라 신뢰 구축도 더욱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에 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남북관계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남북통일이 필요하지 않은 과업이라면 굳이 대화가 필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통일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민족적 과업이다.

감상적 통일론을 내세워 통일 환상론에 사로잡혀서도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통일을 위한 초석을 놓는 일에 소홀해서도 안 된다. 남북 합의정신의 구체적 이행을 위한 전면적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남북 간의 대화가 이루어져야 서로의 의견 차이를 해소할 수 있는 기회도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어려운 국면에서 비상한 지혜를 동원하여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통일은 우리가 이루어야 할 시대적 역사적 사명이다. 건국 60주년이 되는 2008년이 다 가기 전에 남북관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대화가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우동기 영남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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