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도서관 '열람실'

도서관에 있다 보면 "도서관 몇 시까지 하나요?"라는 문의를 종종 받는다. 그럴 때마다 "저녁 9시까지 합니다"라고 대답을 하는데 적지 않은 이들이 "거긴 왜 그렇게 일찍 닫아요? 다른 도서관은 24시간 하던데…"라고 한다.

대구 아니 전국 어디를 가도 24시간 개방하는 도서관은 없다. 그런데 왜 24시간 개방하는 도서관이 있다고 할까? 그것은 내가 생각하는 도서관과 문의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도서관이 달랐기 때문이다. 나는 책이 빽빽이 꽂혀 있는 도서관을 떠올렸지만 그들은 도서관에 따라 24시간 개방하기도 하는 '열람실'을 떠올린 것이다.

사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도서관' 하면 관습적으로 독서실 같은 '열람실'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는 도서관에 대한 잘못된 인식 가운데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생긴 것일까?

과거 못 먹고 살던 시절, 학생들이 마음 편히 공부할 수 있는 교육환경이 드물었다. 또 국민들의 전반적인 교육수준도 지금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낮았다. 즉 학생들은 공부할 수 있는 괜찮은 교육환경이 필요했고, 국가는 국민들의 교육수준을 높일 수 있도록 교육환경 개선을 고민했던 것이다. 그런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생겨 난 것이 바로 '열람실'인데 이 공간을 기존의 도서관에다 집어넣기 시작한 것이다.

그 후, 공부방이 없어 힘들어 하던 학생들은 열람실을 이용하기 위해 도서관을 찾기 시작했고, 그 이용자 수가 점차 많아지면서 도서관의 정보제공 기능은 차츰 퇴색된 채 단순히 '독서실'로 전락하기 시작했다. 또한 열람실을 이용하던 기성세대들을 보고 자란 다음 세대들은 자연스럽게 학교공부를 보충하기 위해 열람실을 찾았다. 결국 이러한 순환은 세월이 점차 흐르면서 하나의 거대한 사회적 관습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물론 도서관이든 열람실이든 공부 열심히 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도서관을 독서실 정도로 인식하는 것은 도서관이 갖고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계속해서 잠만 재워둘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인 것이다. 즉 최고급 호텔 뷔페에 가서 음료수만 마시고 나오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흔히 지금을 '정보화시대'라고 한다. 정보력이 경쟁력이 되고 있는 시대에 정보의 보고라고 할 수 있는 '도서관'을 제대로 알고 이용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그런 의미에서 도서관의 방대한 자료를 활용하여 지식과 교양을 쌓고, 다양한 문화적 욕구도 충족해 나가는 것이 이 시대에 도서관을 대하는 바른 자세가 아닌가 한다.

대구산업정보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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