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한국에 온 파키스탄 이주노동자 A(35)씨. 한국에 가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말에 1천300만원의 거금(알선료)을 내고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왔지만 현재는 불법체류자 신세에 몸까지 아프다. 지난달 대구 달서구의 한 음식점에서 씹는 담배를 씹고 있다가 마약으로 오해받고 출동한 경찰을 피해 달아나려던 것이 화근이었다. 부랴부랴 인근 야산으로 도망쳤던 A씨는 발을 헛디디면서 20m 낭떠러지로 굴러 허리에 큰 부상을 입었다.
중국인 불법체류 근로자 B(33)씨는 지난 3개월간 임금을 한푼도 받지 못하고 있다. B씨는 "회사 사정이 어렵다면서 월급 한푼 주지 않고 있다"며 "월급을 달라고 하면 사장님이 '신고하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인 줄 알라'며 겁을 준다"고 했다.
2007년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고용허가제' 전면 시행 이후 불법 체류하는 외국인 근로자 수는 크게 줄었으나 임금체불 등 사용자의 횡포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불법체류 여부를 가리지 않고 야간노동, 일방적 해고 등에 시달리고 임금삭감·체불 사례도 상당히 많았다. 고용허가제에 따라 3년 계약기간 만료 후 재계약이 되지 않을 경우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약점을 이용해 불이익을 주는 경우도 꽤 있었다.
강성천 한나라당 의원이 노동부로부터 받은 '외국인 근로자 임금 체불액 현황'을 보면 올해 8월 현재 전국 2천25개 사업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 3천877명이 임금 95억여원을 받지 못했다. 임금 체불액은 2006년 26억여원, 2007년 48억원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한 외국인 근로자도 2006년 1천183명에서 3천877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올 들어 불법체류 근로자 수는 크게 줄었다. 이달곤 한나라당 의원이 중소기업청으로부터 받은 국감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의 국내 이탈자 수는 2004년 1천177명, 2005년 3천836명이었으나 고용허가제 전면시행 전후인 2006년 7천610명, 2007년 6천46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이에 비해 2008년 8월 현재 불법체류 근로자 수는 모두 14개 국적에 1천283명으로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허가제의 효과에다 당국의 집중 단속, 강제 출국 조치 때문이다. 출신 국가별로는 인도네시아 출신이 226명으로 가장 많고 베트남 211명, 태국 187명, 필리핀 155명, 중국 126명 등의 순이었다.
대구외국인노동상담소 김경태 목사는 "고용불안을 느낀 외국인 근로자들이 불법체류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재계약률은 30%에도 못 미친다"며 "사용자 중심의 고용허가제에서 벗어나 외국인 근로자들도 사업장을 선택해 재계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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