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IMF가 다시 온 것 같네요. 아예 이사를 하지 않아요."
미분양에 몸살을 앓고 있는 부동산 시장이 미국발 금융 위기로 시작된 경기침체로 '거래 실종'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가을 이사철이 시작됐지만 매매는 물론 전·월세 거래까지 줄면서 지난 여름보다 가격이 오히려 떨어지는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경기 침체에 따른 위기감까지 더해지면서 가을 성수기가 완전히 사라졌다"며 "매물만 쌓이고 거래는 거의 끊어지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여름보다 못한 가을 이사철
"관리비나 이자 부담 탓에 아예 집 규모를 줄여 매매나 전세를 구하는 사람들까지 있습니다. 중대형 아파트는 매매나 임대 모두 찾는 사람들이 거의 찾아볼 수가 없고요."
지난 여름부터 대단지 입주가 쏟아지고 있는 대구 달서구 월배 지역 부동산 업소 관계자의 이야기다.
대단지 입주가 시작되면 물량 증가로 가격은 약세를 보이더라도 거래는 많아지지만 올 가을은 입주가 시작되어도 '찬바람'만 불고 있다는 것이 부동산 업소들의 하소연이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경기 침체가 체질이 허약해진 부동산 시장에 새로운 '쓰나미'로 닥치고 있는 것.
대한공인중개사협회 권오인 자문위원은 "경제 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대다수 사람들이 살던 집에 그냥 눌러 살자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양도세 및 취득·등록세 인하 등 부동산 활성화 정책이 시행에 들어갔지만 '경기 위축' 불안감에 전혀 힘을 못쓰고 있다"고 밝혔다.
가을 이사철 실종은 학군 수요가 몰리는 수성구도 마찬가지다. 이사 수요가 눈에 띄게 줄면서 매매는 물론 전세 가격조차 수성구 전 지역에서 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범어동 지역 중개업소인 부동산하우스 이성희 소장은 "신규 입주 아파트 단지는 매물이 쌓여있지만 매수세를 찾기 어렵고 선호도가 높은 기존 단지는 전·월세 물량도 잘 나오지 않지만 찾는 이들 역시 거의 없다"며 "거래가 사라지다 보니 지난 봄철보다 매매나 전세 가격 모두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미분양이 넘쳐나고 있는 '분양 시장'은 이미 이른 동면 분위기다.
수성구나 달서구는 물론 혁신 도시 호재를 안고 대구에서 가장 활기를 보인 동구 분양 시장도 여름보다 못한 가을을 보내고 있다.
동구 각산동과 신서동 모두 8월까지는 신규계약이 진행되지만 '분양 성수기'인 지난달 이후부터는 오히려 계약자가 끊어지고 있는 상태다.
이곳에서 분양 중인 한 시공사 관계자는 "8월까지는 매달 10여건 정도 신규 계약이 이뤄졌지만 이달 들어서는 상담도 거의 사라지고 있다"며 "이 지역은 분양 가격이 낮고 개발 호재를 안고 있어 그나마 시장성이 좋지만 경기 침체에 대한 위기감이 수요를 사라지게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사라진 거래, 언제까지
부동산 전문가들은 '숨죽인 시장' 상황이 '금융 위기'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 어느 정도 되살아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여름부터 집값 하락이 시작된 수도권과 달리 대구 등 지방 시장은 이미 지난해부터 하락세가 시작돼 가격 안정세에 접어든데다 정부의 각종 부동산 거래 활성화 정책이 시행에 들어간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보다 더욱 줄어든 매매 및 임대 계약이 결국은 잠재적 '대기 수요'로 남아있는 만큼 거래 정상화를 위한 에너지는 충분하다는 시각이다.
부동산 114 이진우 대구경북 지사장은 "현 시장의 문제는 가격 회복보다는 낮아진 가격에도 매수세가 사라진 거래 위축 현상"이라며 "금융 시장 불안이 회복되면 결국 낮아진 가격과 세금 부담 완화가 거래 활성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거래 정상화' 시기는 불투명한 상태다.
금융 위기가 회복되더라도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감이 수도권 발 집값 하락의 영향으로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데다 높아진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단기간 인하 전망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하지만 내집마련 시기에 대해서는 올 가을부터가 적기라는 의견이 많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3만 가구 입주가 몰려 있고 외부적 요인까지 더해지면서 집값이 객관적 시장 상황보다 더욱 떨어져 있다"며 "무리한 대출을 하지 않는다면 실수요자들은 이번 가을부터 내년 봄철까지 적극적인 내집마련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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