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영어교육과 원어민 보조교사

영어교육에 대한 논의는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늘 세간에 회자되어 왔다. 올해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영어교육에 대한 관심이 더욱 고조됐지만 딱 부러지는 해결책은 아직 없는 듯하다. 그런 와중에 영어 친화적 환경 구축에 대한 한 방편으로 원어민 보조교사를 학교에 확대 배치하려는 노력은 전국적인 현상인 것 같다.

대구의 경우에도 원어민을 유치하고자 하는 학교가 해가 갈수록 늘고 있고 특히 초등학교나 전문계 학교, 신설학교의 경우 그 열의가 대단하다. 이는 영어 발음을 정확하게 접할 수 있고 영어권 문화에 대한 이해력을 함양시킬 수 있다거나 원어민을 대하는 데 있어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원어민과 함께 수업하면서 얻게 되는 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국제이해교육센터에서 학기별로 이루어지는 원어민 활용 영어교사 연수도 인기가 높다. 대구시교육청도 우수한 원어민 보조교사를 확보하기 위하여 채용 방법을 다양화하고 우수 교사 검증 방법을 개선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질적으로 검증된 원어민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국 16개 시·도가 동시에 원어민 확보에 주력하다 보니, 원어민 수요에 비해 공급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원어민에 대한 정확하고 구체적인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아 결국 질적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국가경제 형편상 원어민을 통한 달러 유출도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2008년 4월 30일 기준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이 고용한 원어민의 수는 4천330여명, 고용 관련 총 경비가 최소 연 1천500억원 이상으로서 이 금액의 상당 부분은 미화로 환전돼 그들의 모국으로 송금되고 있다.

우리가 원어민을 고용해 활용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사실 수업 기법보다는 말을 배우는 데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원어민 정도로 영어를 구사할 수야 없겠지만 부단한 연수를 거친다면 어느 정도까지는 구사력이나 유창성 부문에 있어 그들보다 크게 뒤지지는 않을 것이라 본다. 그저 막연히 원어민에게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우리 영어교사들도 부단히 연마하면 원어민을 대신할 정도의 실력을 갖출 수 있다는 능동적인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구시교육청은 영어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수준별, 단계별 연수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마련해 영어교사의 영어 수업력 신장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대표적인 연수를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의 우수 원어민을 초빙해 영어구사력 신장을 목적으로 하는 중등 영어교사의 수업력향상연수와 초등 영어교사 일반·심화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둘째 초·중등 단기형 TESOL(Teaching English to Speakers of Other Languages)의 180시간 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2006년부터 매년 실시하고 있는 단기형 TESOL 연수는 전국에서 우리 교육청이 처음 실시한 연수로 연수 과정은 상당히 힘들지만 연수 이수 교사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으며, 2008년 울산, 대전 등에서도 벤치마킹해 운영하고 있다.

셋째 대학에 위탁해 운영하는 초·중등 6개월 합숙형 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6개월간 대학에 합숙하며 영어구사력과 영어수업력 신장을 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넷째 최근에 새롭게 운영하는 6개월형 TESOL 연수가 있다. 미국의 SIT TESOL 프로그램을 가져와 국내에서 연수하는 정규 6개월 TESOL 과정으로 연수 성과가 매우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도 교육계는 원어민의 양적 확대가 아닌 적절한 수의 우수 원어민 채용 및 장학과 더불어 영어교사의 연수에 중심을 두어 대구 영어교육을 전국 일등 영어교육으로 만들려고 부단히 노력할 것이다.

노영옥(대구시교육청 영어교육 담당 교육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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