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 한 침대에 두 사람

폴 C. 로젠블라트 지음/배현석·배은결 옮김/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부부 잠자리의 사회학'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혼자 잘 때보다 불편함에도 많은 부부들은 왜 함께 자는 것일까?' 에 대한 조사연구 결과다.

이불 경쟁, 코골이, 잠꼬대, 자다가 화장실 가기, 몸부림, 이갈기, 상대방 밀어내기, 침대 위 독서, 선호하는 침실온도의 차이 등 두 사람이 잠자리를 함께할 때 감당해야 할 문제는 많다. 좋은 점보다 불편한 점이 많을 듯한데 왜 많은 부부들은 잠자리를 공유할까.

현실적으로 부부가 함께 보내는 시간의 대부분은 잠자리에서다. 그러니 부부의 잠자리 연구는 부부생활 연구라고 볼 수도 있다.

이 책은 부부의 잠자리에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현상과 문제들을 사회학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이성애 부부와 동성애 부부 40여 쌍이 인터뷰에 참여했다.

◆더 큰 잠자리가 필요해

적어도 78%의 부부는 퀸 혹은 킹사이즈 침대를 쓰고 있었다. 인터뷰 참여자들은 큰 침대를 사용하는 이유를 상당 정도 잠자리 공간을 보장해주고 서로 몸에 닿지 않기를 원할 때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어떤 부부는 자는 동안 잠시 혹은 내내 몸이 서로 닿은 채 잠자기를 좋아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어떤 부부는 상대방이 자신의 몸에 닿으면 잠을 자지 못했다. 또 배우자가 잠자는 동안 자신의 잠자리 공간을 침범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큰 침대는 잠자리 공간을 확보하는데 확실히 유용했다.

일부 부부는 (아마도 큰 침대를 쓰지 않는 부부) 상대방을 자기공간에서 쫓아내고 자기영역을 방어하는 데 능했다. 잠자리에서 상대를 쫓아내는 방법에는 불평과 팔꿈치로 찌르기, 밀기 등이 있었다. (상대에게 밀린) 어떤 사람들은 비어있는 반대쪽에 가서 누움으로써 공간을 확보하는 경우도 있었다.

◆잠자리에서 책 읽기

지은이가 인터뷰한 88명 가운데 32명이 잠들기 전에 규칙적으로 책을 읽는다고 답했다. 몇몇을 제외한 대부분은 배우자 중 한 사람만이 책을 읽었다. 잠자리에서 책을 읽는 사람은 남자보다 여자가 두 배 가까이 많았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에게 가장 방해가 되는 것은 켜져 있는 전등과 책장 넘기는 동작과 소리였다. 몇몇 부부는 독서를 하지 않는 쪽이 베개나 이불로 자신의 머리를 덮고 잠으로써 그 상황에 적응했다. '당신 얼마나 더 읽어야 하나요?'라고 말함으로써 독서중단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인터뷰에 참여한 사람 중 누구도 상대방이 잠자리에서 책을 읽는다는 이유로 화를 내거나 이혼을 생각한 적은 없다고 했다.

◆자다가 화장실 가기

많은 피면접자들이 밤중에 화장실에 들렀다. 이들 대부분은 화장실에 가는 동안 상대를 깨우지 않도록 조심했다. 변기 물을 내리지 않거나 삐걱대는 마루소리가 나지 않도록 애썼다. 배우자가 화장실 가는 바람에 잠시 잠에서 깬 사람도 금방 다시 잠들었다. 배우자의 화장실 가기가 수면을 방해하는 정도는 아니었다. 몇몇 부부의 경우 상대방이 화장실을 가면, 자신도 화장실엘 갔다. 나중에 다시 일어나기 보니 이왕 잠을 깬 김에 화장실에 들리는 경우였다.

◆몸부림'이갈기'코골이

배우자의 뒤척거림은 상대의 잠자리를 방해할 수 있다. 한 사람이 몸부림을 심하게 치면 배우자는 거의 잠을 깬다. 몸부림치면서 상대방의 이불을 빼앗는 경우도 흔하고 이는 문제가 되기도 한다.

잠꼬대는 그냥 우습기도 하지만 상대방을 두렵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조심해!'라는 외침은 상당한 불안을 조성했다. 이갈기와 코골이의 경우 병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일부는 상대방의 코를 비틀거나 숨을 잠시 못 쉬게 하거나 코고는 사람의 몸을 돌려놓음으로써 코골이에서 벗어나기도 했다. 몇몇 부부의 경우 상대가 코를 골기 전에 잠들려고 노력했다.

몸부림, 이갈기, 코골이, 잠꼬대, 수면 무호흡 등은 상대방의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치료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는 혼자 잘 경우 자신이 알기 힘든, 말하자면 잠자리 공유가 주는 덤이다.

◆불편한데 왜 함께 잘까

두 사람이 잠자리를 공유하는 것은 확실히 불편하다. 그럼에도 어째서 많은 부부들이 잠자리를 공유할까. 미국 국립수면재단의 수면연구에 따르면 응답자의 62%가 배우자와 함께 잔다고 한다.

일부 부부는 잠자리를 함께하는 이유를 안전감 때문이라고 했다. 특히 아내 쪽은 남편이 집에 없을 때 외부침입 등 위험을 느낀다고 했다. 남편이 집안에 있다는 것만으로 위안이 된다는 경우도 있었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상대방 때문에 잠을 푹 자지 못할지라도, 잠은 제대로 자지 못했지만 인생에서 소중한 것이라고 답한 사람도 있었다. 함께 잠자리에 듦으로써 친밀감, 안전감, 마음의 평화 등을 느낀다는 것이다. 자연스러운 성교의 기회를 갖는다고 답하는 사람도 있었다. 마찬가지로 잠자리를 공유하지 않는 경우 친밀감이나 안전감보다 독립감, 자기공간 확보를 원하며 성교를 피하고 싶은 마음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인터뷰에 참여한 사람은 40여 쌍이며 21세에서 71세까지 다양했다.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고등학교 이상 학력을 가졌고, 61명은 대학을 졸업했다. 인터뷰에 참여한 부부들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51년 동안 잠자리를 함께해왔다. (인터뷰에 참여한 부부가 모든 부부들을 대표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평범한 부부들인 만큼 다른 부부와 유사점이 많다는 말이다.) 317쪽, 2만3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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