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동성로 '걷기 힘든 거리' 될 듯

▲ 14일
▲ 14일 '공공디자인 개선사업' 공사로 대리석 블록과 화강석 블록이 깔려 걷기 불편한 동성로 거리를 시민들이 걷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보행자 안전보다 겉모양이 우선?'

대구시와 중구청이 추진중인 '동성로 공공디자인 개선사업' 바닥공사가 시작됐지만 안전성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바닥공사 마감재 표면이 울퉁불퉁한 화강석블럭과 크기가 작은 점토블럭이 깔리면서 "오히려 걷고 싶지 않은 거리로 만들고 있다"는 시민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13일 오후 10시쯤 한일극장 앞에서 인도에 화강석(30cm×1m)을 깔고 있던 한 인부는 "화강석 표면이 깔끔하지 않아 보행자가 넘어지면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다"며 "돈을 더 주면 말끔한 화강석도 가능하지만 원래 디자인이 이렇게 돼 이 블럭을 까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화강석블럭은 1906년에 헐린 대구 읍성돌 형태를 재현하는 의미로 디자인됐으며 점토블럭은 붉은색으로 색조가 다소 강하다.

이날 하이힐을 신은 여성들은 거리 일부분에 깔려있는 화강석을 피해 걸었고, 울퉁불퉁한 표면 때문에 발목이 꺾이는 모습도 보였다. 화강석을 이리저리 피해 걷다가 작은 점토블럭 틈 사이에 하이힐이 끼어 벗겨지거나 넘어지는 젊은 여성도 있었다. 이 점토블럭은 23cm×11.4cm 크기로 틈 사이를 흙으로 메우지 않은 상태였다.

한 행인은 "넓고 평평한 바닥 마감재를 써야 위험하지도 않고 걷기에 편할텐데, 왜 이렇게 촘촘한 벽돌을 쓰는지 모르겠다"며 "틈을 메워도 비가 오거나 오래돼 흙이 쓸리면 더 위험하지 않겠냐"고 따져물었다.

중구청은 부랴부랴 화강석 표면을 고르고 점토블럭 틈을 메우는 등 소동을 빚고 있다. 중구청·동성로공공디자인개선사업 추진위 관계자는 "실태조사를 나가보니 바닥 표면이 안전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아 새로 채워지는 화강석은 표면을 매끄럽게 하고 틈을 바로 메우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청의 임시 방책에도 불구하고 겉 모양을 중시한 마감재 디자인 때문에 보행자들의 불편이 여전할 것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동성로 공공디자인 개선사업은 올해말까지 대우빌딩에서 중앙치안센터까지 930m를 걷고 싶은 거리로 만드는 공사로 바닥에 화강석와 점토블럭이 깔리고, 구간 곳곳에는 옛 읍성돌을 모아 만든 쉼터와 각종 공연·행사장이 조성된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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