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와 비밀공작에 관한 저술 활동으로 정평이 난 뉴욕타임스 기자 팀 와이너가 쓴 '잿더미의 유산'에는 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정보나 첩보를 다루는 일에 대해 "역겨운, 그러나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토로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어떤 일들이 다가오는지 파악하고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상대를 알아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다는 의미일 게다.
미 중앙정보국(CIA) 서울지부장을 지낸 도널드 그래그 전 주한 미국 대사도 "이러저러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가 아니라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고 정확하게 아는 것이 정보 업무의 과제"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국가든 기업이든 경쟁 상대가 무엇을 하는지 그 정보를 수집(spy)하려고 기를 쓰고 있는 것이다. 상대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발 앞설 수 있고 유사시 기민하게 대응해 국익과 기업이익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스파이의 어원은 '밖을 본다' 또는 '숨겨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는 뜻의 고대 프랑스어인 'espire'에서 유래했다. 그래서 첩보나 정탐활동을 에스피오나지(espionage)라고 말한다. 고대부터 스파이 활동은 있었지만 그 중요성이 가장 크게 부각된 것은 2차대전 무렵이다. 이후 정보전은 승패를 가른다고 할 정도로 비중이 커지고 있다. 현대 첩보전에는 각종 최신 장비와 기법이 동원되는데 정보의 중요성이 높아진 만큼 정보 획득의 기술도 날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1991년부터 전산요원을 적극 길러 현재 500~600명 규모의 해킹 요원을 활용 중이라고 한다.
어저께 국무회의에서 2004년 이후 북한과 중국발 해킹으로 인해 총 13만 건에 달하는 국가 중요 자료가 유출됐다는 국정원의 보고가 있었다. 처음 밝혀진 사실로 그 유출 자료 대부분이 외교안보 분야 자료라고 한다. 최근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여간첩 원정화 사건 때 일부 장교들이 군 정보를 빼내 간첩에게 넘기고 있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경악했다. 그것도 모자라 앉아서 국가 기밀들을 상대에게 새나가게 하고 있는 상황이니 정부의 안보의식 수준이 의심스럽다. 굳이 손자병법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적을 알지 못하고 자신도 모르는 상황에서 싸움이 나면 싸움할 때마다 위태로워진다'는 사실이 두려울 따름이다.
서종철 논설위원 kyo4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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