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민기자] 지하철 실버패스카드, 보이스피싱 표적

지난 9월 중순 대구시내 D우체국에서 70대 박모 할아버지가 "내 돈 500만원! 내 돈 500만원!" 하면서 흐느끼고 있었다.

실버패스카드와 연계된 우체국 통장에 입금되어 있던 현금 500만원을 경찰청 사이버수사대를 사칭한 남자에게서 걸려온 전화에 속아 보이스피싱(전화사기)을 당한 것이다.

전국적으로 대상을 가리지 않고 날로 지능화되어가는 '보이스피싱'. 경북체신청 집계로 올해 들어 7월 말까지 6천여건에 달한다. 그리고 상당수의 노인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7월부터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발급하고 있는 지하철 '실버패스카드'가 보이스피싱에 특히 취약해 개선책이 시급하다.

대구도시철도공사가 경로우대권의 부정사용을 막고, 이용자의 편리를 위해서 신한카드(구LG)와 제휴하여 우체국에서 신청하는 협약으로 시행하는 제도이지만, 통장에 현금을 입금해 둔 채 사용하기 때문에 일부 노인들이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판단력 흐린 노인들에게 경찰청 사이버수사대를 사칭하면서 "귀하의 명의가 도용되어 신용카드가 발급이 되었으니 지금 즉시 가까운 우체국 자동화코너로 가서 불러주는 대로 숫자를 누르면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속이면, 자신이 사기를 당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노인이 얼마나 될까 ?

대구도시철도공사 전자기기팀 관계자는 "실버패스카드 도입에 의해서 발생하는 문제는 특정기관으로 국한할 것이 아니라 범국가기관 및 금융기관의 대책이 필요하며, 이에 따른 대책이 마련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면서 "경북체신청에 실버패스 관련 보이스피싱 통계를 확인해 보고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기회에 실버패스카드를 현금 입·출금 기능이 없는 카드로 교체함으로써 보이스피싱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책을 기대해 본다.

정용백 시민기자 dragon102j@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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