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카페기행]대구 중구 삼덕2가 홍차전문점 ' 엠제이 팟'

은은한 붉은 빛'그윽한 향에 매혹되다

은은한 붉은 빛과 그윽한 향이 매혹적인 홍차는 일종의 문화다. 익히 아는 대로 사교문화를 꽃피운 영국인들은 하루 7~8회나 티타임을 가질 만큼 홍차를 사랑해 왔다. '오만과 편견'의 영국 여류작가 제인 오스틴의 작품은 홍차가 전성기를 이루는 시대에 산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우아한 드레스를 입은 소설 속 여주인공들은 홍차 한 잔을 앞에 놓고 예의 바르고 기품 있는 척(?) 하는 사람들과 만나 토론하고 사랑을 한다. 미국 독립운동의 도화선이 된 '보스턴 차 사건', 영국과 중국 간 '아편전쟁'도 홍차가 원인이었다. 홍차는 이렇듯 단순한 기호음료라기 보다는 많은 얘깃거리를 담고 있다.

대구 중구 삼덕동2가 삼성안과건물 1층 한 켠에 자리한 조그마한 홍차전문 카페 'mj pot(053-424-0796)'에선 홍차 욕심이 많은 젊은 여주인 류미진(26)씨가 우려내는 달콤하고 향긋한 홍차를 마시며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우려낸 홍차를 마시려고 하면 코로 향기가 먼저 스며듭니다. 그런 다음에야 혀를 통해 맛을 음미하게 됩니다. 그 향과 맛이 홍차에 따라 천차만별이죠." 맛을 보라며 내놓은 '모르칸 민트'홍차는 향긋한 민트향이 코끝을 찌르더니 목으로 넘어가는 부드러운 맛이 매혹적이다.

원래 커피 마니아였던 류씨는 카페인 중독증으로 손떨림이 있던 차에 8년 전 대용 기호음료로 선택한 것이 홍차였고 그 풍미에 반해 아예 홍차 전문카페를 냈다. 대학 재학 중 인도 등지를 돌며 홍차에 대한 견문을 넓혔고 각종 홍차를 사 모으기도 했다. 현재 카페에서 맛 볼 수 있는 40종의 다양한 홍차 중엔 그때 모은 홍차도 있다.

"홍차의 매력은 다양함과 기다림에 있다고 봐요. 홍차는 제조사별로 찻잎을 어떻게 블렌딩하느냐에 따라서도 맛과 향은 차이가 나며, 물을 끓이고 찻잎을 우려내 찌꺼기를 걸러내 마시기까지 10여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류씨는 주문한 고객들에게 직접 여러 홍차 향을 맡아보게 한 뒤 취향에 맞는 홍차를 고르게 한다. 홍차마니아들의 최근 추세는 클래식한 고전홍차보다 다양한 향이 첨가된 가향홍차를 즐기기 때문이다. 아마드'다즐링'아삼 등 홍차전문회사에서 나오는 수많은 제품 중 특히 아마드사 제품은 여러 가지 과일 향을 첨가, 강한 향이 살아있어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 초심자들에겐 은은한 향이 좋은 다즐링사 홍차가 무난하다. 하지만 류씨는 홍차를 우려내는 골든 룰이 있어도 그런 제약을 따르기보다 각자 입맛에 맞는 타이밍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홍차를 즐기는 비결이라고 귀띔한다.

"홍차는 스트레이트로 우려내 마셔도 좋지만 우유와 섞은 밀크홍차는 또 다른 맛과 향을 냅니다." 류씨가 추천한 밀크홍차로 적당한 홍차는 아삼사 제품으로 여린 찻잎의 상쾌함을 잘 간직하고 있는 특성이 있다.

밀크홍차는 뭉근하게 끓여내야 제 맛을 낸다. 가스 불같이 불꽃이 있는 데서 끓이면 금방 부풀어 올라 찻잎과 우유가 넘칠 수가 있어 류씨는 항상 밀크홍차를 전기화로로 끓인다. 그래야 우유의 유막이 생기기 않고 차와 우유가 잘 섞이기 않는다. 우유의 비린 맛을 없애기 위해 시럽도 약간 첨가한다. 노하우인 셈이다. 이렇게 끓여낸 '마살라 짜이'는 우유의 부드러움과 홍차 특유의 맛과 향이 어울려 깊은 미각의 세계로 빨려들게 한다.

"홍차는 95~100℃에서 가장 잘 우려 납니다." 카페 'mj pot'에선 이를 위해 포트에 담은 홍차와 잔을 보온하는 티코지(Tea Cozy'차가 식지 않도록 티 포트에 덧씌우는 일종의 덮개)를 씌워 낸다. 끓는 물을 따라 포트 안에서 대류현상을 일으키는 홍차 잎의 움직임마저 배려한 섬세함이다.

미술을 전공한 류씨가 디자인한 카페 안 인테리어도 연두색과 노란색이 주류를 이뤄 홍차를 마시기에 더욱 고즈넉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곳 홍차는 주인이 세계 유명회사의 사이트를 통해 제품을 직접 주문하며 메뉴별로 스트레이트'밀크홍차'아이스로 판매하고 있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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