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중반부터 10여년동안 '수화(繡畵, 수를 놓아서 만든)'는 한복역사에 큰 획을 그었다. 그 시기에 결혼했던 사람들이 대부분 한 벌쯤 가지고 있을 정도로 사철깨끼의 유행과 더불어 여자한복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디자인이었다. 옛날 기생들이 술값 대신 속치마에 그림을 받기도 했다는 설화도 있고 보면 그 유래 또한 꽤 오래된 것이라 짐작된다.
그동안 한복계에서 사라졌던 수화가 최근들어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하면서 묘한 향수를 느끼게 한다. 그도그럴것이 한복에 입문, 침선(針線, 바느질)을 배운 후 디자인을 하기 위해선 꼭 알아야할 분야라는 생각에 서울로 유학(?) 가서 배운 수화였기 때문이다.
요즘의 자수(刺繡)로는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국한돼 그저 작업자의 기술력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림은 다르다. 표현이 자유롭고 작품세계도 무한하다.
수화는 '바인다'라는 흡착제에 펄(조개껍질가루)을 섞어 흰색을 만들고, 안료의 배합으로 모든 색상의 물감을 만들어 사용하기 때문에 고급스런 실크느낌을 받도록 해 준다. 또 석회가루를 이용, 무광택 물감을 만들어 현대적인 분위기를 표현해 내기도 한다. 금반짝이·은반짝이·금분·은분·금색펄 등으로 화려함을 더하면 어떤 그림이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수화의 장점은 무게가 없다는 것이다. 자수는 그 양이 많으면 얇은 실크천에 비해 무게가 많이 나가 옷감이 처질 수 있다. 하지만 수화는 아무리 많은 양의 그림이라도 무겁게 느껴지지도, 처지지도 않는다. 요즘 한복드레스에 많이 쓰이는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또한 수화는 표현력이 무한하다. 기계수와의 결합으로 또 다른 표현과 함께 우아함과 화려함을 자유롭게 더할 수 있다.
치마·저고리 등에 포인트 그림을 그려 넣어 세상의 하나뿐인 옷을 만들기도 하고, 기존 한복의 리폼에도 활용할 수 있다. 숄에 화려하게 그림을 그려넣어 기존한복을 돋보이게 할 수도 있고, 두루마기같은 두꺼운 원단에도 가능한 표현법이 있고 보면, 개성을 중시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매력적이 디자인 기법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에서 수화의 부활을 환영한다. 갈수록 디자인 경쟁이 치열해지는 한복계에서 수화의 부활은 새로운 디자인으로의 도약이다. 물론 한때 대량생산에 이용된 저질의 수화로 부정적인 편견을 가진 사람도 있지만 그것만으로 수화의 가치를 폄하시키는 것은 섣부르다는 판단이다.
고급스런 수화는 희소성의 가치를 한껏 살린 자신 만의 표현일 수 있다. 파티용 또는 행사용 한복, 한복 드레스 등 대량으로 찍어낸 그림이 아닌 하나하나 장인의 혼이 담긴 작품한복으로 수화는 멋지게 부활하고 있다. 010-2501-2020 손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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